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정체성
나는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며, 이 직업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어떤 날은 직업을 통해 내 존재가 증명되는 듯했고, 또 어떤 날은 이 일에 몰두할수록 나라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이 나의 전부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습니다. 직업은 내 존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일 뿐, 내 정체성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요. 내가 하는 일과 맡은 역할은 소중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존재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부버는 인간을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타인을 돕는 역할을 맡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방식으로 ‘너와 마주하고 있는가’였습니다. 직업이 아니라 존재로서 서 있는 자리에서, 비로소 관계는 진실해졌습니다.
돌아보면, 직업은 나를 성장시키는 배움의 장이었지만,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직업을 넘어선 자리에서, 나는 나의 꿈과 가치, 나만의 언어와 방식을 발견했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역할은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전부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직업이 당신을 정의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는 것.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겠지만, 그 너머에도 분명히 ‘당신 자체’가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대에 앞서,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할 것인지가 더 큰 과제입니다.
직업은 삶을 위한 도구일 뿐, 당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더 넓은 인간으로, 더 깊은 존재로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성장은 직업 속에서만이 아니라, 직업을 넘어선 삶 속에서 완성됩니다.
부디 기억하세요. 당신의 이름은 ‘사회복지사’ 이전에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직업도 빛을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