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의존하는 내 정체성 너머에 있는 나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래로, 이 일을 통해 나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때로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직업은 내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은 때때로 내 정체성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직업은 내 삶의 일부일 뿐, 내 존재 전체를 정의할 수는 없다는 것을요.
사회복지사가 된 후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법’이었습니다. 타인의 아픔과 기쁨, 고통과 희망 속에서 나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에 깊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나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요.
어느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을 내려놓는다면, 나는 누구일까?” 직업이 곧 존재가 되어버린다면, 직업을 잃었을 때 나는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두렵기도 했지만, 꼭 마주해야 할 물음이었습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만이 나를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내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는 결국 나의 선택입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나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나의 전부는 아닙니다.
나는 이제 직업을 넘어,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려 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사람을 돕는 것은 소중한 일이지만, 동시에 나는 그 일을 통해 나 자신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듯, 인간의 존엄은 ‘자아의 완성’에 있습니다. 자아는 단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서 완성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나는 다짐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그것을 넘어서는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겠다고. 내가 사회복지사이면서도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직업보다 크고, 역할보다 넓은 존재라는 것을요. 우리가 가진 직업은 삶의 중요한 도구일 수 있지만, 그 너머에 있는 당신의 삶 자체가 더 소중합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그리고 나 역시 매일 그것을 기억하며 살기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