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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과 인간으로서의 나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을 넘어서서

by Eunhye Grace Lee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에 몰두하면서, 점점 나 자신을 ‘사회복지사’라는 역할 속에 깊이 담아두곤 했습니다. 일에서 오는 보람,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부심, 그리고 맡은 업무를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어느 순간 나를 이 직업의 일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이 일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사회복지사라는 역할이 내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만큼, 그 안에서 내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타인을 돕는 일을 통해 내 존재를 정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 도움 또한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군가를 돕는다는 이유로 내 마음을 무시할 때, 결국 나는 지치고 고립되어 갔습니다.


뒤르켐은 인간이 사회적 연대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연대는 내가 내 자신을 돌볼 때에만 진정한 힘이 됩니다. 누스바움은 인간의 존엄이 감정적 교류와 상호 의존성 속에서 실현된다고 했지요. 그 말처럼, 내가 다른 사람을 돕는 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바로 나 자신을 존중하고 돌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길이지만, 그 길을 오래 걷기 위해서는 내 삶의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아무도 대신 내 마음을 돌보아주지 않기에, 내가 스스로를 지켜야만 합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역할은 우리 삶을 정의하는 중요한 일부이지만, 결코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인간으로서의 ‘나’를 존중해야 합니다. 내가 돌봄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른 이에게 진심 어린 손을 내밀 수 있습니다.


타인을 돕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내 삶의 균형과 나 자신을 향한 돌봄입니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더 깊고 오래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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