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너머의 복지 이야기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도를 건너는 일이 아니었다.
낯선 언어, 낯선 제도, 그리고 낯선 눈길 속에서 다시 '나'를 설명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우연히 일본이라는 땅에 발을 디뎠고, 그곳에서 또 다른 경계 위에 서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주노동자, 난민, 다문화가정, 무국적자.
국경을 넘어 살아가는 그들은 때로 제도의 틈에, 때로 언어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그 곁에 머물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본의 사회복지 현장의 한가운데서, 말이 통하지 않아 고립되고, 제도의 문턱 앞에 주저앉는 이들의 얼굴을 나는 수없이 마주했다. 말이 서툴러도, 서류가 완벽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삶들.
나는 그들의 눈빛과 몸짓, 때로는 말하지 못한 침묵 속에서 진심을 읽으려 애썼다. 복지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으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당신은 여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려 했다.
국경은 지도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말과 마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었다. 이 책은 그 경계를 넘으려는 작은 시도이다. 언어보다 먼저 전해지는 다정함, 법과 제도에 대한 설명보다 먼저 건네야 할 이해심, 그리고 국적보다 먼저 만나야 할 인간의 얼굴을 기록하고자 했다.
이야기들은 특별하지 않다. 소리 없이 견디는 이방인의 일상, 서툰 일본어로 웃음 지어 보이는 아이, 국경 너머로 울려 퍼지는 '엄마'라는 모국어. 그러나 그 소박한 장면들 속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이 있다.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이 길은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제도 너머로 이어진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을 가슴에 새기며,
이 작은 기록을 세상에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