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너머, 사람을 만나다
나는 우연히 국경을 건넜다.
그 국경은 단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선만은 아니었다. 언어의 벽, 제도의 틈, 문화의 차이,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와 그들’ 사이의 간극. 그 모든 것들이 겹쳐져 있는 경계 위에서, 나는 사람들을 만났다. 말이 통하지 않고, 법과 제도가 닿지 않으며,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방인들. 그리고 그들을 마주한 나 역시, 언제나 완전한 내부자가 아니었다.
이 책은 그런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단순한 통역 아르바이트였다. 외국인을 돕는 사회복지사 옆에서, 나는 언어의 다리 역할을 했다. 그저 말을 전달하는 일이 전부일 줄 알았다. 하지만 통역이 되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번역되지 않는 삶의 고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사연이 언어를 넘어 내 안에 들어올 때, 나는 점점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의 길 위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그 길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임신 중 체류 자격이 끊길까봐 불안해하던 무국적의 엄마, 사고를 당하고도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했던 노동자, 일본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외국인 노인,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눈물을 삼키던 이주여성들. 그들은 제도가 돌보지 않는 사람들, 시스템 바깥의 존재들이었지만, 분명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말할 수 없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고,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자주 질문하게 되었다.
‘복지’란 무엇인가. ‘법과 제도’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정상적인 삶’이란 과연 누구의 기준인가. 국적이 없다고 해서 돌봄을 받을 자격도 없는 것인가. 제도의 문턱에 걸린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나는 이 일이 단지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경계선에 선 사람들과 삶을 나누는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국경을 넘는 사람들보다 더 자주 스스로의 내면을 넘어야 했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 이름은 너무 쉽게 그들의 삶을 요약한다. 이 책에서 나는 이방인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안에 담긴 슬픔, 분노, 부끄러움, 희망, 회복, 연대의 흔적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싶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보이지 않지만, 내게는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되는 얼굴들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은 정책 보고서도, 학문적인 논문도 아니다.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사적인 사유와 감정의 기록이다. 다만 그 기록이 단지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국경 너머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으며, 돌봄이 필요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진실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다.
그 길은 국경 너머로도 이어지고, 제도 너머로도 이어지며,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향해 이어지는 길이다. 언어가 닿지 않아도, 제도가 허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다. 그 눈맞춤에서 시작되는 돌봄과 관계, 그리고 복지. 나는 오늘도 그 가능성을 믿으며 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