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 유학, 이주, 새로운 삶
나는 준비된 상태로 떠나지 않았다. 일본행 비행기를 탔을 때, 손에 쥔 것은 불확실한 계획과 어설픈 일본어 실력, 그리고 조금 남은 자존심이었다. 한국에서의 실패는 생각보다 깊게 남았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떠나야만 했다.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유학은 이상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벼랑 끝이었고, 심리적으로도 지쳐 있었다. 하지만 도피든 재도전이든, 일단 시작해야 했다. 준비는 뒤따라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처음부터 녹록하지 않았다. 말이 안 통해도, 문화가 달라도, 하루는 어김없이 시작되었고, 나는 생존을 위해 부딪혀야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통역 아르바이트에서, 우연히 복지단체와 인연이 닿았고, 그 만남이 나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처음 본 일본의 사회복지사들은 조용하고 성실했으며, 사람을 다루는 태도가 진지했다. 그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던 어떤 전문직보다 따뜻하고, 때로 단호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 일이 좋아졌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일이 내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다시 학교에 등록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자격을 취득하고, 면접을 보고, 사회복지법인에 채용되었다. 돌아보면 아주 질서 있는 커리어 같지만, 실상은 늘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의 선택과 버팀의 연속이었다.
외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타자의 시선으로 보이는 사회, 익숙하지 않은 직장문화, 그리고 감정노동과의 싸움.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에 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완벽한 준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완전한 소속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중요한 건 완성된 상태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한 후에 조금씩 내 자리를 만들어가는 용기였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낸 나날들의 기록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망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학이든, 이직이든, 커리어 전환이든, 혹은 그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고 있는 중이든. 그렇다면 꼭 전하고 싶다.
"시작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러나 시작은, 유일하게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힘이다."
그 불완전함을 견디며 걷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이야기가 작게나마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