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완벽한 준비는 오지 않는다‘시작’이 최고의 전략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준비되면 시작해”였다.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충분히 준비하면 덜 실수하고, 덜 두렵고, 조금은 더 안정적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은, 대부분 준비가 안 된 채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가 준비한 만큼보다, 내가 ‘시작할 용기’를 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내가 일본에 유학을 떠났을 때도 그랬다. 학비는 겨우 장학금으로 충당했고, 일본어 실력은 JLPT N3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떠났다. 준비되어서가 아니라, 준비만 하다가는 평생 못 떠날 것 같아서였다.
사람들은 종종 생각한다.
‘언어가 더 능숙해지면’, ‘자격증을 따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이력서에 쓸만한 경력이 생기면’... 그때 비로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다른 불안은 또 고개를 든다. 언어 다음엔 실무 경험, 실무 경험 다음엔 인간관계, 그 다음엔 문화 적응. 그렇게 무한 반복되는 조건 앞에서 사람들은 결국 지금 이대로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나는 말하고 싶다. ‘완벽한 준비’라는 신기루는 오지 않는다. 오히려 시작이 준비를 가능하게 만든다.
처음 사회복지 현장에 발을 디뎠을 때, 나는 너무 많은 것이 두려웠다. 클라이언트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을까 봐, 행정 업무에서 실수할까 봐, 일본 동료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하지만 부딪혀보니, 내가 생각했던 두려움의 대부분은 ‘내 안의 공포’일 뿐이었다.
일을 하면서 서서히 언어가 늘었고, 자격증 공부를 하며 체계가 잡혔다. 실수도 했고, 창피한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준비되어 있어서 잘했던 게 아니라, 해봤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일들이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놀랍게도 어느새 자신만의 삶을 꾸리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중요한 건 스펙도, 언어도, 자격증도 아니다. 시작해보겠다는 태도와, 견디는 힘,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근력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생은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라 실전 게임이다. 연습 모드란 없다. 그냥 시작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인생에는 튜토리얼이 없다. 누구도 우리에게 완전한 안전지대나 매뉴얼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준비가 아니라 ‘실전 감각’이다. 망설이면서도 움직이고, 흔들리면서도 걸어가는 감각.
나는 그 감각을 일본이라는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체득했다. 한없이 부족하고, 어설프고, 매일이 불안한 시기였지만, 그 시절의 나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남들 보기엔 대단해 보이지 않았을지라도, 나는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가능성’이라는 말을 건넸던 시기였다.
지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준비는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시작은, 부족한 채로 해도 된다고. 완벽한 준비보다 강한 것은 ‘불완전한 시작을 견디는 힘’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묻고 싶다.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혹은,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한 걸음 내딛을 용기가 있는가?
완벽한 준비는 오지 않는다. 시작이 최고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