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제도와 사람 사이에서 길을 묻다

by Eunhye Grace Lee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늘 제도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한쪽에는 법과 규정, 매뉴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통과 혼란,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사연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그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다리 위에서 나 또한 흔들린다. 제도가 허락하지 않는 일과, 사람이 절실히 원하는 일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날, 생활보호수급 신청을 원했던 한 외국인 이용자를 만났다. 체류 자격 문제로 공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복지 제도상 그는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사연은 너무도 분명한 ‘지원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도는 그를 외면했고, 삶은 그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행정 절차상 그의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규정을 지켜야 하는가?”
“사람을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사회복지사로서의 윤리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은 ‘연결’이다. 제도와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정보와 상황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 그렇기에 제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법과 정책은 복지사의 중요한 도구이고, 그 도구를 잘 다룰수록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제도에 ‘빈틈’이 있을 때, 그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 사회복지사는 그저 “불가능합니다”라고만 말할 수 있는가?


일본의 복지 행정은 체계적이고 정밀하다. 하지만 그만큼 경직되어 있기도 하다. 문서 하나, 도장 하나, 규정 한 줄의 해석에 따라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나는 그 구조의 장점과 한계를 모두 체험했다. 어느 날은 그 명확함에 감탄했고, 또 어느 날은 그 틈새에 갇혀 좌절하는 사람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제도는 사람을 위한 것인가, 사람이 제도를 맞춰야 하는 것인가?”


물론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는 공공의 책임을 지는 역할이기에, 규정을 무시하거나, 감정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사람이 먼저이고, 제도는 그 사람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그렇기에 우리는 제도의 언어와 사람의 언어, 그 둘을 모두 이해하고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사정을 제도로 설명하고, 제도의 한계를 사람의 말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복지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언어 능력’이다.


나는 종종 제도를 '지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길을 안내해주는 장치. 하지만 그 지도 위에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항상 그려진 선 너머에 있다. 지도가 없으면 길을 잃지만, 지도만 보고 걸으면 진짜 삶은 보이지 않는다.


진짜 복지 실천은, 지도 위의 길과 현실의 삶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길을 잃은 사람과 함께 우회로를 찾고, 때로는 지도를 수정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가 품지 못한 삶을 사회로 드러내는 일.


한 번은 동료 복지사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선배님은 제도와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으세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갈등하죠. 하지만 그게 복지사의 일 아닐까요? 두 세계 사이에서 고민하고, 그래서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는 것.”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사회복지사는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러나 그 갈등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먼저 들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이제 제도를 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제도를 넘어 ‘길’을 묻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사람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필요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제도 안에서, 그리고 제도 너머에서 고민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사회복지사라면, 분명 비슷한 순간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제도가 허락하지 않지만,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눈앞에 있을 때. 그럴 때 우리는 ‘합법성’과 ‘윤리성’ 사이에서 망설인다.


하지만 망설임은 나약함이 아니다. 그건 책임을 지고 있다는 증거이고, 당신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회복지사는 단순히 매뉴얼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제도에 전달하고, 제도의 틈새에서 삶을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그 길 위에 있는 우리는, 늘 혼자 걷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마음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을 잇는 당신의 걸음이, 언젠가 새로운 제도의 방향이 될지도 모른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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