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에 대한 제언
우리는 스마트한 사물정보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모든 사물들이 지능화되고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무수한 정보를 생성시키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하루에 주고받는 이메일이 약 2,100억 개 이상이라고 하며, 1년 동안 생성되는 정보량을 영상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이 쉬지 않고 4,700만 년 동안을 시청할 분량이라고 한다. 연일 막대한 규모의 정보들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다. 사용자는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원하는 양질의 정보를 찾아내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과잉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정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들은 점점 복잡해지며 커져 가고 있다. 이러한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Big-Data) 기술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정리되어 있는 빅데이터의 개념을 살펴보면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도구의 능력을 넘어서는 대량의 정형 또는 심지어 데이터베이스 형태가 아닌 비정형의 데이터 집합조차 포함한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기술”로 정의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빅데이터 기술은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기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산업의 각 분야에서 빅데이터 기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사례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출판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출판사들은 연일 무수한 신간 도서들을 출간해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납본된 2017년 6월 한 달 동안의 신간 도서를 살펴보니 약 5,100여권이 되는데, 이것을 일별로 계산해 보면 약 170여권의 도서들이 매일 출간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많은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사용자는 어떤 방법으로 도서를 선택 하고 있을까?’ 혹은 ‘사용자에게 어떻게 최상의 도서를 추천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에 큐레이션(Curation)이 있다. 즉,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게 도서를 추천해 주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개인정보(구매 시간대, 선호 작가, 도서 카테고리, 도서명, 완독 상태 등)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서 사용자는 뜻하지 않게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 출판 시장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큐레이션 적용 사례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큐레이션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오프라인 에서의 아날로그 큐레이션 적용 사례들도 포함시켜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영국에는 약 220년의 역사를 가진 '해처즈 서점(Hatchards Bookstore)'가 있다. 이 서점에는 베스트셀러 섹션이 없다. 오직 해처즈 서점에서 직접 엄선한 추천 서가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 서가에서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신뢰하며 책을 구매한다. 스티븐 로젠바움(Steven Rosenbaum)이 자신의 저서 <큐레이션(Curation Nation)>에서 "우리는 큐레이션으로 인해 정보의 홍수가 빚어내는 잡음이 사라진 명료함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사용자는 신뢰 있는 추천 속에서 즐거움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는 글로벌 전자책 시장을 이끌고 있는 '아마존(Amazon)'이 있다. 아마존은 2007년 전자책 단말기인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을 출시하고 출판사와의 강력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현재 자국 시장에서 전자책 시장 점유율 65%, 전자책 단말기 시장 점유율 75%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1996년 처음으로 북매치(Bookmatch)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도서에 대한 평가 데이터를 근거로 고객에게 책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추천의 정확도가 올라가며 이것은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충성도를 높여주는 선순환 구조가 되고 있다. 2015년 11월에는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Amazon Books)를 오픈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시킨 '하이브리드 큐레이션(Hybrid Curation)'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사례로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한 큐레이션을 소개한다. 2017년 2월에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전국의 484개 공공도서관의 2016년 대출데이터(약 4,200만 건)를 분석해서 이용자의 독서 패턴을 정리하였고, 이 정보를 도서관 빅데이터 공유.활용 플랫폼인 ‘도서관 정보나루’에 공유해 놓았다. 이 자료를 참고하면 어느 시기에 어떤 책들이 어떤 연령층에서 많이 대출되고 이용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을 기반으로 도서관에서는 추가로 구매할 도서 유형이나 시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들과도 연계시키며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책과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책을 사지 않고 서점에 오지 않는다면, 독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래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큐레이션은 독자에게 먼저 다가서며 건네는 인사이다. 오프라인에서는 감성적인 '아날로그 큐레이션'을, 온라인에서는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큐레이션'을 통해서 책의 재발견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혁신적인 방법에 대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는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해서 출판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책에 대한 관심과 독서 인구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서 문화 콘텐츠의 핵심인 ‘책’의 가치가 높아지길 희망한다. 모든 책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다만 각자에 맞는 책이 있을 뿐이다.
본 글은 <출판저널> 2017년 9월호에 게재했던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게재시 분량에 대한 제약이 있는 관계로 최대한 요약되었으며 일부 내용이 가감되었습니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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