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트렌드 분석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Amazon)이 2014년 11월 ‘에코(Echo)’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였다. 기존의 스피커와 동일한 형태였지만 특별한 점은 인공지능 음성 비서인 ‘알렉사(Alexa)를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출시 전 반응은 엇갈렸지만 사용자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높은 평가를 받으며 스피커 시장을 선점해 나가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의 혁신을 통해 제로(Zero)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음성을 통한 입력(Input)과 스피커를 통한 출력(Output)이 사용자의 관심(재미)을 끌었으며, 무엇보다도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사용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 것이다.
아마존의 에코 출시 이후 여러 글로벌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던 시장에 최근대형 포털사업자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스마트 스피커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 해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현황은 <해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분석>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2016년 8월에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와 스피커 ‘누구(NUGU)’를 발표했다. ‘누구’는 스피커에 대화하듯이 말을 걸면 음성으로 대답해 준다. 디자인도 비교적 산뜻하다. ‘누구’만의 차별요소는 클라우드(cloud) 환경에서 빅데이터(big-data)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딥러닝(deep-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사용자의 음성 인식률이 높아지는 구조이다.
‘누구’는 아마존 ‘에코’와 비슷한 동작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에 ‘누구’ 앱을 설치한 뒤 와이파이(Wi-Fi)를 켜서 스피커와 연결시킨다. 그리고, 스피커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팅커벨, 크리스털, 아리아, 레베카중 하나의 이름을 선택하여 부른 뒤에 이용하면 된다.
지원되는기능도 매우 다양하다. 음악 검색과 추천, 교통정보, 배달 주문, 스마트홈(Smart-Home) 연동, 개인 비서(일정/알람/폰 찾기 등), T맵 연계, 날씨 검색 등 매우 다양한 기능들이 지원되며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명품 오디오 브랜드인 ‘아스텔앤컨(Astell&Kern)’과 작업해서 최적의 음향을 설계했다.
‘누구’의 정가는 249,000원이며, 사이즈는 94x94x219.8mm이다. 무게는 1.1kg에 Real 15W, Woofer 2.5”, Tweeter 2.0”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으며, Android 4.4 이상의 스마트폰과 iOS8.1 이상의 아이폰을 지원한다. ‘누구’는 2017년 11월 중순 기준으로 누적판매량이 약 30만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2017년 8월에는 ‘누구’(NUGU mini)’를 선보였다. 크기는 84x84x60mm이며 무게가 219g으로 정가는99,000원이다. 또한 기존에 유선이 안고 있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배터리(2000mAh) 내장 형태를 선택했다. 기존의 성능과 기능을 유지하면서 추가로 금융 검색, 영화 검색, 한영사전, 오디오북 서비스까지 추가되어 출시 하루만에 5천대 이상이 팔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향후, 품질 경쟁력과 제공 서비스 확대를 통해 ‘삶의 동반자(Life Companion)’가 되겠다는 SKT의 목표처럼 꾸준하게 서비스와 품질을 개선시켜 나가길 기대한다.
2017년 1월에 KT에서 스마트 스피커 ‘기가 지니(GiGA Genie)’를 출시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TV 스피커인 것이다. 기존 음성 위주의 스마트 스피커와는 달리 ‘기가 지니’는 시청각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기존 셋톱박스 대신에 ‘기가 지니’ 단말기로만 교체하면 된다. 그리고 TV를 보면서 “지니야, 뉴스 채널 틀어줘”와 같이 대화하듯이 원하는 지시를 하면 TV가 스피커에 입력된 명령을 수행한다. KT도 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음성 인식과 음질 향상을 위해서 많은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우선 가정/자동차용 오디오 장비의 명가인 ‘하만카돈(Harman Kardon)’과 협업해서 우퍼 20W와 트위터 15W 등 총35W의고출력을 내도록 했다. 또한, 음성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서 원거리 음장 기술, 자연어 처리기술, 딥러닝 기술 등을 도입해서 음성 인식과 대화 기술을 진화시켰다.
셋톱박스 기능이 있기 때문에 TV에서 채널 변경 혹은 다시보기(VOD)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사물인터넷(IoT)과의 확장으로 도어락, 홈캠, 에어닥터, 가스밸브 등 여러 가전제품들의 제어까지도 가능하다. 그 외의 음악 감상, 배달 주문, 날씨/시간 조회, 라디오 듣기, 뉴스 검색 등의 기능들은 타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가 지니’의 정가는 299,000원으로 2017년 11월 중순까지의 누적판매량이 약 37만대에 달한다고 한다.
기존의 인공지능 제품들은 와이파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KT에서는 2017년 11월 23일에 어느 곳에서든 이용이 가능한 국내 최초로 LTE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 지니 LTE’를 출시했다. 출시가격은 264,000원이며, 텀블러 사이즈와 비슷한 7x7x17cm로 휴대성이 좋고, 배터리 용량도 4100mAh로 타사보다 매우 크다. 함께 선보인 ‘기가 지니 LTE’의 절반 크기인 ‘기가 지니 버디’와 어린이용의 스마트워치인 ‘기가 지니 키즈워치’는 2018년 1~2월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도 2017년 11월 19일에 인공지능 스피커 ‘씽큐허브(ThinQ Hub)’를 선보였다. 이로써 이동통신사업자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특이한 사항은 ‘씽큐 허브’에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Clova)’를 탑재시켰다는 점이다. 참고로 LG전자와 네이버는 올해 초 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상태였고 이번에 그 결과물을 내 놓은 것이다. 판매가격은 249,000원이다.
LG전자는 2017년 4월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탑재한 ‘씽큐 허브’를 출시했었는데 이번에 네이버의 클로버가 탑재되면서 집안 가전제품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하는 기능 이외에도 음악 감상, 교통 정보, 번역, 영어 대화, 뉴스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 기능이 추가되었다.
2017년 8월 네이버는 네이버 뮤직을 통해 라인과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WAVE)’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가 탑재되어 있으며 국내에는 8월11일 시범 출시했다. 네이버 뮤직 1년 이용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웨이브’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불과 35분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네이버 검색, 라인 메시지 전송, 음악 추천, 정보검색, 날씨 검색, 일정 관리, 번역 등의 다양한 기능들이 음성으로 제공된다.
‘웨이브’는 2017년 10월 5일에 일본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1만5천엔(157,350원)이다. 국내의 정확한 출시 일자와 가격은 미정이다. 일본에서의 반응을 토대로 국내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또 2017년 10월 17일 라인프렌즈 캐릭터인 브라운, 샐리를 모티브로 두번째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Friends)'를 공개했다. 378g으로 매우 가벼우며, 2850mAh의 내장 배터리 용량을 제공하고, 스피커 출력도 10W Class D Amp를 적용해서 야외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또한, 양방향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지원해서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을 높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출시는 10월 26일이며 판매가격은 129,000원이다.
참고로 네이버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추가한 ‘페이스(FACE, 가칭)’ 스피커 출시도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카카오는 2017년 7월에 첫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 미니(Kakao Mini)’를 공개했다. 이 스피커에는 카카오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의 음성형 엔진(음성인식, 합성기술), 대화형 엔진(자연어처리 기술),추천형 엔진(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기반 기술)이 탑재됐다. 정가는 119,000원이고 크기는 76.6x76.6x110.2mm로 아담한 편이며 무게는 390g 정도로 휴대성이 높다.
“헤이 카카오”로 스피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카카오 미니’는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자 사용성 관점에서는 타사 제품들보다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 발송, 멜론, 뉴스, 환율/주가 확인, 일정관리, 음식 주문 등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하며, 외부 파트너와의 연결을 통해 기능들을 추가시켜 나갈 예정이다. 향후 ‘카카오미니’에 택시 호출과 길 안내, 장보기, 번역,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영역의 편의기능 들을 단계적으로 추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카카오가 ‘카카오 뱅크’를 통해 금융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처럼 이번 ‘카카오 미니’를 통해서도 카카오의 생태계 안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견인해 나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인공지능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며 그와 더불어서 주변의 많은 사물들도 더욱 스마트해질 것이다. 향후 생활 밀착형 기능들이 계속해서 스피커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 텍스트에서 음성과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대와 제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 제로시대와 관련한 내용은 <제로(Zero)의 시대에 대비하라>편을 읽어보기 바란다.)
글 이은호 교보문고,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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