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밝음과 함께

#어둠만이 나를 숨겨줄 안식처라 여길 때

by EHOM

어두컴컴한 이곳에 어느 곳 하나 빛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과 빛은 상대적이기에 빛이 보여야 하는데 그저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어둠이 나를 감싼다.


그 어둠에 갇히게 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한다.


설령 그것이 빛일지라도, 눈이 멀어 제대로 보지 못한다.


오히려 더 지독하고, 더 외롭고, 더 쓸쓸한 어둠을 선택할 뿐이다.


오직 어둠만이 존재했다면, 오직 빛만이 존재하였다면 넌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어디선가 귓속인지, 마음속인지, 생각 속인지 스쳐 지나가는 말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 질문은 나에게 있어 객관적으로 답해야 할지, 주관적으로 답해야 할지, 아니 그저 답을 안 해도 되는 것인지 이 질문조차 답이 나오지 않고 나를 더 혼란스럽게만 할 뿐이다.



결국엔 이 어둠을 깨고 억지로라도 암막 커튼을 걷어본다.


지금 시각이 몇 시 인지도 모른 채, 조금이나마 나에게 햇빛이라도 들까 용기 내어 걷어본 커튼 사이로 보이는 건 검고 검은 밤하늘뿐이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나는 그 어두운 하늘이 오히려 고마웠다.


만약 용기 내어 커튼을 걷었을 때 햇빛이 드는 하늘이었다면 나는 그 빛에 따라 나도 밝아져야 할 것만 같으니까, 그 빛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따라 나도 바삐 움직여야 할 것 같으니까, 저 빛처럼 빛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혐오하고 불안해하며 나는 지금보다 더한 어둠을 찾으며 숨으려 할 테니 말이다.


어둠이 나를 찾아올 때면, 애써 빛이 나는 척, 빛이 있는 척 애써 보지만 쉽지가 않다.


나 혼자 있을 때라면 그걸 굳이 티 내지 않아도 되기에 그저 어둠에 나를 맡기지만 어쩔 수 없이 타인과 부딪힐 때면 모든 걸 어둠에 쌓인 눈으로 보게 된다.


타인의 눈을 보는 게 아닌 눈빛을 살피고, 타인의 입을 보는 것이 아닌 말투를 살피고, 타인의 몸을 보는 게 아닌 태도를 보게 된다.


부정과 어둠은 함께 존재하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어둠이 드리우면 부정과 함께 찾아와 모든 걸 삼켜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어둠에서 굳이 빛을 찾으려 애쓰지 않으려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답은 없으니 말이다.


나는 이 어둠이 찾아오면 어딘지 모르는 긴 터널에 갇힌 기분이 올라온다. 나에게 찾아온 어둠에 있을 때면 불안한 감정과 걱정들이 나를 뒤덮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찾아오는 어둠에서 나오려고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이 어둠이 지나면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엔 터널은 끝이 있고 어둠이 지나고 점점 끝에는 빛이 들어와 나를 환하게 밝혀줄 테니 말이다.


터널은 그저 어둠이 아니라, 밝음의 시작으로 어둠을 보여주고 그 끝으로 다시 밝음을 있음을 알려준다. 그동안 달려왔던 길을 돌아보면 그 뒤에는 어둠이 아닌 빛이 존재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길었던 어둠과 적막이 지나고 빛과 함께 나를 성장시키며 일으킨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던져진 질문에는 어둠도 밝음도 그저 내가 만들어낸 내면의 고통과 기쁨이기에 어둠과 밝음이 함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맞겠다.


내가 현실에 묶여 나를 잃고, 나를 의심하고, 나를 믿지 못했기에 어둠을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어둠은 두려움이 아닌 나를 배우고 세상을 배우며 나를 더 성장시키는 시간이기에 그저 밝음만이 아닌 그저 어둠만이 아닌,


어둠과 밝음과 나는 함께하고 싶다.

어둠이 존재함으로 지금의 빛을 더 환하게 맞이할 수 있었기에.
수, 토 연재
이전 02화밝음과 어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