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엄마는 장군이 되었을까?

by 태리우스


오늘 엄마의 머리카락에 흰머리가 부쩍 많이 보였습니다. 우리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는 스타일입니다. 언제 호통이 떨어질지 몰라 조마조마하지요.


장군이나 정치인 같은 스타일이십니다. 늘 저보고 넌 공무원이 딱이라고 하면서 계속 공무원을 하라고 했는데, 엄마야 말로 공무원을 하면 잘할 것 같습니다. 추진력, 장악력, 포용력, 징계력까지 고위 공직자의 덕목을 고루 갖춘 분 같습니다. 자기 사람은 철저하게 끝까지 챙기는 타고난 리더 같은 엄마입니다.


엄마는 무조건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십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과 분노조절 장애자와 차이점을 아시나요? 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지만 답은 간단합니다.


기준은 대상에 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분노조절장애입니다.

반면, 상대를 봐가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그냥 화를 잘 내는 사람인 거죠.


우리 엄마는 그 경계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어디에서도 본인 마음에 안 들면 화를 내시니까요. 그렇다고 대통령한테는 화를 안 내시겠죠?


저는 엄마와 종종 싸웁니다. 싸우고 나면 엄마는 여전히 혈기왕성하게 저에게 큰소리를 칩니다. 절대 지지 않지요. 그래도 엄마의 파워가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요즘 부쩍 엄마가 나이 들어 보여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엄마 삶이 힘들어 보여서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벽예배에 가면 빼먹지 않고 엄마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엄마의 건강과 마음을 위해서요. 기도를 해도 엄마가 마음에 안 들면 싫은 티를 팍팍 내지요.


아주 가끔 외식을 하면 밥값을 내기도 합니다. 장군 같은 엄마는 절대로 제가 밥값을 못 내게 했지만 요즘에는 결재하러 가는 저를 막지 않습니다.



언젠가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장군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몸의 2분의 1 수준으로 검은색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진 청순한 아가씨가 보였습니다. 수줍은 미소와 가녀린 팔에 세련된 금색 시계를 차며 팔짱을 끼고 있었고 얇은 다리에 미스코리아처럼 스커트를 입고 구두를 신고 서있는 엄마였습니다.


장군이 아니라 장군 옆에 있어야 할 사랑스러운 미모의 공주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 엄마가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아들딸 키워가며 속 썩이는 아버지와 함께 우리 집의 엄마로서 수십 년을 살다 보니 장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모든 자식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엄마랑 덜 싸우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과거를 후회하고 붙잡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올해 효도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 장가를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예쁜 손주를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둘째, 엄마와 싸우지 않는 것. 싸우더라도 엄마보다 큰 소리 내지 않는 것.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셋째, 유튜브에 나오는 미슐랭 별 달린 맛집도 가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김연아 스케이트쇼 티켓이 두장 생겼는데 갈 사람이 생각이 안 나 혼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언제가 엄마가 김연아 선수를 정말 너무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두고두고 엄마랑 같이 안 간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엄마는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한 저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저는 잠잠히 참았습니다.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지만 천천히 저의 입장을 말했습니다. 다행히 말싸움으로 번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집을 나갈 때는 편한 말로 서로 인사를 했습니다.


성경에는 가족을 돌보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잘 돌보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엄마의 흰머리가 많아 져서야 엄마가 보이는 제 자신이 부끄럽고 마음이 먹먹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 디모데전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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