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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Jan 12. 2023

두 팔이 없는 폐지 줍는 남자

나의 참된 스승

 


도서관을 다니던  폐지를 수집하는 남자를 봤다. 그런데 남자의  부분에 은색 철로  갈고리가 달려있었다. 한쪽 팔이 없으신 분이었다. 그런데도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폐지를 모으 남자를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았다. 팔이 없어 갈고리로 박스를 찍어 들어 올리며 옮기고 있었다. 잠시    놀라고 말았다. 남자는 한쪽 팔만 없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없었다.   모두 갈고리가 달려있었다.

 팔이 없는 남자가 갈고리로 폐지를 수집하고 있었다.  개의 갈고리로 바쁘게 움직이며 육체적 노동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전동휠체어에 기다란 사다리를 개조한 짐칸을 열차처럼 매달고 다니며 일을 . 지하철역 부근에는 남자가 사용하는 듯한 짐수레가 여러 장소에 세워져 있다. 남자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기는 힘들어서 멀리서 그를 지켜보았다. 도서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갈 때면 남자가 하루 종일 모아놓은 폐지가 가득 담긴 짐수레를 본다. 박스에는 구멍들이 뚫려 있다. 갈고리로 찍어 옮기면서 생긴 구멍일 것이었다. 남자의 땀방울묻어있는 갈고리의 자국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SNS 프로필로 사용했다.

 팔과 손이 있는데도 게으르고 나태하게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경고장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기력하고 비굴하게 살아가는 나를 본다. 오고 가는 길에 남자가 작업하는 모습이나 작업물을 계속 사진에 담았다.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가득 쌓여 있는 폐지를 보면서 남자가 하루종일 얼마나 고되게 일했는지 생각하면 부끄러워  손이 모아진다.

남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도 . 화장실을 가기도 밥을 먹기도 힘들 것이다. 옷을 입거나 지갑으로 돈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팔과 손으로 하는 무수한 일들이 불가능한 남자의 인생을 생각하면 내가 하는 투정들과 불평들이 너무나도 하찮아 보인다.  손과 손가락을 내려 본다. 남자에게  손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  하나만 있어도 세상을  가진  같이 행복할 것이다.  손은 기적이다. 내가 걷고 듣고 보고 말하고 잡고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이 기적이다. 우리는 불평보다 감사로 인생을 채워야 한다.

아침이 추워지는 가을이었다. 남자가 도서관 근처에서 폐지를 수거하고 있었다. 그날도 나는 멀리서 남자가 어떻게 폐지를 줍고 나르는지 지켜보았다.  손에는 점심에 먹을 좋아하는 밤식빵을 들고 있었다. 남자에게 주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남자에게 다가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괜찮으시면  드실래요?" 남자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빵을 전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갈고리 손으론 받을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타는 전동휠체어에 놓아 달라고 했다. 나는 남자에게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하루에 몇 시간을  하시는지 여쭤보니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라고 했던  같다.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다는 말에 놀랍고 부끄러웠다. 용기를 내서 남자와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남자는 밝게 웃으며 함께 사진도 찍어주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뒤로 남자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종종 남자를 본다. 언제나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본다. 추운 겨울이 왔다. 겨울에는 너무 춥고 힘들어서 일을 안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생각이 틀렸다. 남자는 빨간 파카를 걸치고 파카후드를 머리에   짐수레를 연결한 휠체어를 타고 골목골목을 다녔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어김없이 저녁에 집에  때면 폐지가 가득 쌓여 있는 수레를 본다. 스마트폰을 하면서 유튜브를 보고 인터넷 서핑과 쇼핑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 나의 손이 다시 한번 부끄러워진다.

빵을 주고 난 후에도 나는 남자를 모른척한다. 매번 반갑게 인사하기도 어색해서이다. 하지만 그분은 나에게 소중한 스승이다. 삶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시는 참된 스승.    손과 그분의 갈고리를 비교해 보라. 누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부끄럽고 무섭고 두렵고 죄스럽다. 하지만 나는 금방 잊어버린다. 다시 생각하고 후회한다. 그분의 갈고리를 팔이나 손등에 문신하고 싶다. 절대 잊어버리지 않도록.

언젠가 그분에게 근사한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다. 선생님 때문에 내가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선생님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분이시라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분은 빛나는 분이다. 땀방울이 빛나고 갈고리가 빛나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빛나는 남자는 밤하늘에 별 같은 분이다. 누군가의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 별처럼 빛나 보이는 것만큼 아름다운 삶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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