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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Feb 01. 2023

자전거

뱃살 빼기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아버지가 자전거를 많이 잃어버리셨다. 

술을 드시고 놓고 오시거나 누군가가 가져갔었던 거 같다.

아니면 술값대신에 자전거를 맡기셨거나.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자전거를 많이 잃어버렸다. 

집 밖에 세워놓고 자물쇠를 안 잠그면 거의 100% 사라졌다.

작년에도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언젠가 자전거는 돌고 도는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재미있었다.


나는 자전거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프랑스에는 뚜르드프랑스라는 사이클 대회가 유명하다. 

예전 근무하던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뚜르드프랑스를 모티브로 한

투르드코리아 대회를 주최했고 나는 총괄 디자이너로 일했다.

우리나라 전국의 아름다운 코스를 로드사이클로 달리는 레이스였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동안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클 선수를 사이클리스트라고 부른다. 사람을 부를 때 덴티스트처럼 st를 

붙이는 경우와 닥터처럼 er을 붙이는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사이클리스트라는 

말은 멋진 것 같다. 다시 찾아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사이클리스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경마가 유명하지만 경륜이라는 사이클 베팅대회가 있다.

경륜과 경정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합법적인 도박이다.

어떤 택시운전사는 손님을 경륜장에 데려다주고 한 번 해보고

도박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륜선수 훈련소에 가서 본 경륜선수들의 허벅지는 어마어마하다.

자전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경륜선수 허벅지까지 얘기를 하는 거 보니

자전거는 이처럼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것 같다. 따릉이부터 시작해서 

수천만 원 하는 손가락으로 들 수 있는 카본사이클까지.

요즘에는 전동 자전거까지. 


몇 년 전부터 예쁜 로드사이클을 사고 싶었다. 맘에 드는 모델을 사려면

300만원은 필요했다. 돈을 모으지 못해 계속 못 사고 있다. 따릉이 이용기간이

끝났는데 1년 이용권이 4만원이어서 빌릴 바에야 차라리 중고를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당근마켓에서 8만원 주고 바구니 자전거를 사서

잘 타고 다닌다. 물론 헬멧도 꼭 쓰고 말이다.


다른 나라는 헬멧착용의 법으로 정해져서 안 쓰면 과태료를 문다는데

우리나라는 헬멧을 쓰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헬멧을 안 써서 사고를 당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서 헬멧 쓰기를 실천하는 편이다. 


언제가 아주 아름다운 색깔에 가볍고 멋진 사이클을 타고 

입고 싶은 사이클 슈트 브랜드 라파를 입고 한강을 라이딩하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뱃살을 빼야겠다. 뱃살이 축 늘어져서 덜렁거리면서

라이딩을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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