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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03. 2023

나이키 아디다스 휠라

힙합

 요즘 운동복을 판매하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가보면 대부분 여성 의류들이 먼저 눈에 띈다. 여자들이 입는 스포츠 웨어 디자인은 정말 예쁘다. 색깔도 앙증맞고 큐트하고 세련됐다. 예전에는 바비인형 같은 모델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포스터가 걸렸었지만 최근에는 통통하고 뚱뚱한 현실적인 여성들도 매장 포스터에 자주 등장한다. 개그우먼 박나래가 나이키 모델이 돼서 이슈가 되었었는데 최근에는 뚱뚱하고 힘세기로 유명한 개그우먼 김민경도 나이키 모델에 발탁되어 더 큰 화제가 되었다. 세상은 영악하다. 언제는 모델 같은 여자가 되기 위해서 우리 제품을 입어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서로 다른 개성을 존중한다며 우리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린다.


 나는 80년생으로 학창 시절 힙합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힙합 스타들이 스포츠 브랜드 의류들과 신발들을 멋들어지게 입고 신은 모습을 나도 많이 따라 했다. 친구들과 신발들을 모델명을 외우고 티셔츠, 가방, 시계, 운동화들을 샀다. 그런 것들을 걸치면 나도 멋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범생처럼 생긴 얼굴과 스트리트 패션은 매칭이 잘 되지 않았다. 머리도 작고 팔다리도 길고 가늘어야 힙합 스타일을 입어도 멋이 있었다. 힙합 따라 한다고 발 사이즈가 250mm인 내가 300mm 운동화를 신고 포대자루 같은 힙합바지를 입고 옷은 여동생 쫄티를 입고 머리는 빡빡 깎고 다녔다. 그때 나의 패션을 생각하면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과 부끄러운 마음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우리들의 메이커 양대산맥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때 등장한 브랜드가 휠라였다. 외국 메이커를 우리나라 기업이 인수하여 대한민국 상표가 된 브랜드였다. 깔끌하고 심플한 로고디자인이 한 때 엄청난 유행을 했다. 그때 우리 아버지도 돈을 많이 버셨다. 아버지는 스포츠 브랜드 모자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셨는데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모자들을 비롯해서 특히 휠라 모자를 많이 만드셨다. 휠라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정말 엄청나게 많이 만드셨다고 들었다. 그때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그랬다.

 부지런하신 아버지는 일요일 외에는 빨간 날도 쉬지 않으시면 열심히 일하셨다. 자전거, 오토바이, 봉고차, 고급 SUV, 어머니 차, 할리 데이비슨까지 단계를 올라가면서 타셨다. 아들, 딸이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면 훨씬 좋은 차를 타고 다니셨을 텐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  

 

  처음에는 산동네, 단칸방, 그리고 공장 한 칸과 방 한 칸이 붙어있는 1층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이모, 나, 여동생 5명이 같이 살았다. 처음으로 집 같은 2층 빌라 전세로 이사 갔을 때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 어머니도 공장에서 일하시다가도 집을 종종 왔다 가셨다. 바람을 타는 독수리처럼 아버지는 스포츠 브랜드의 호황시기를 잘 타셔서 집은 점점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 몇 번 세금을 세게 두드려 맞고 경기도 안 좋아지고 아버지도 아프시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힘든 내색을 많이 안 하셨다. 그럴 때 더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하다.


 역시 모자가 집에 차고 넘쳤다. 잘 보이고 싶은 분들에게 모자를 많이 선물했다. 집에 모자가 워낙 많으니까 모자를 잃어버려도 대수롭지 않았다. 아버지도 이젠 은퇴하셔서 더 이상 모자를 만들지 않으신다. 모자집 아들이 모자를 사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 모자를 두 개 샀다. 아버지가 보시고는 견고하게 잘 만든 모자라고 평해주셨다. 아버지가 은퇴하시기 전 공장을 물려받는 것에 대해 의논을 한 적이 있었다. 결국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공장은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무원이 됐으면 맘 편히 속 편히 살라는 부모님의 마음이었다. 내가 공무원이 되었을 때 부모님은 이제 아무 걱정 없겠다고 말씀했었다. 하지만 나는 공무원이 돼서 너무나도 힘들었다. 아버지가 남겨놓으신 공장을 물려받아서 스포츠 브랜드 모자를 계속 만들고 나만의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엄마가 자주 하셨던 말은 "돈이 없어서 못 사지. 물건이 없어서 못 사냐?"였다. 내가 첫째라서 철이 들어서인지 비싼 옷들을 못 사고 망설이다 맘에 드는 게 없다고 할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돈만 많으면 지금도 좋아하는 신발과 옷들을 나이키나 아디다스에서 사고 싶다. 사람 마음을 뺏는 그들의 마케팅과 매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능력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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