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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10. 2023

어른

어른과 어린이

이 시대에는 어른이 없다고 한다. 원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끝없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중심이 흔들린다면 원은 망가진다. 시대는 점점 팽창하는데 팽창하는 시대의 중심을 잡아줄 구심점이 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른은 구심점이다. 본받고 싶고 가르침을 받고 싶고 그분과 함께 있으면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인데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한다. 나는 그런 어른이 한 명 생각난다. 10대 소녀들의 연예인을 향한 열광과는 결이 다르지만 무수한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마음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그분.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였다. 혼자 토요일에 출근을 했는데 믿지 못할 소식을 들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만 해도 정치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퇴임 후 봉화마을로 내려가셨는데 국민들이 퇴임한 대통령을 너무 좋아해서 행복해하시던 얼굴을 뉴스를 통해 보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날벼락같은 소식으로 전국은 비통한 슬픔에 잠겼다. 그 이후로 권양숙 여사의 뇌물수수와 관련해서 검찰 수사 내용 같은 사건의 배경을 어느 정도 들으면서 그분이 돌아가신 것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나는 사실 그분을 잘 모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운명이란 책은 읽기가 편해서 잘 읽었는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책들은 읽기가 어려웠다. 내가 그분의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영화 변호인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국가권력이 힘없는 국민들을 무참히 짓밟지 않도록 자신을 바쳐서 싸워온 그분의 삶을 알게 되면 그분을 안 좋아할 수가 없겠구나 생각했다.


영화 반지에 제왕에서 절대 반지를 끼는 모든 존재가 변하는 것처럼 힘과 권력을 갖게 되면 더 이상 전에 알던 사람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만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대의정치를 하셨기에 시대를 넘어서 그분을 존경하고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는 누구를 생각하느냐이다. 어린이는 자기밖에 생각을 못한다. 갓난아기는 배고프면 울고 기저귀가 축축하면 울고 뭔가 불편하면 운다. 밤낮 가리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피곤해서 넉다운이 되어도 알아줄 능력이 없다. 갖고 싶은 걸 못 가지면 울고 짜증 나면 운다.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존재가 어린이다. 그런 어린이가 타인을 배려하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친구들을 돌봐주면 어른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어른은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 특히 약한 사람들을 위해 싸워주고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다. 인위적으로 권력을 흡수하면서 올라가는 높은 자리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강압적인 존경을 받는 게 아니다. 자식을 돌보는 부모처럼 아끼고 보듬어서 언젠가 자식들이 철들면 저절로 존경받고 사랑받게 되는 사람이 참된 어른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모든 권위가 무너지고 사람과 사람사이가 멀어지고 있는 지금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돌봐준다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혼자 고귀한척한다고 손가락 질 할지도 모른다. 마치 흐르는 강 위로 자신의 돈을 던지는 것처럼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나보다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행동,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참된 어른들의 삶은 씨앗이 되어서 수많은 열매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그분의 삶을 통해 그리고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 일곱에게나 여덟에게 나눠 줄지어다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 전도서 11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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