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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25. 2023

브런치 이야기

브런치 이야기 네이밍 추론

예전부터 생각했던 왜 브런치 이야기를 브런치라고 네이밍을 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브런치는 헤비 하지 않습니다. 브런치로 감자탕이나 숯불갈비, 오마카세를 먹지는 않잖아요. 후레쉬하고 산뜻하고 달콤하고 건강한 재료들로 요리해서 예쁜 접시에 담긴 브런치를 보면 침이 꿀꺽! 인증샷 찰칵! 자동발사 되죠. 요리라고 표현한 것은 브런치가 심플하다고 절대 대충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플한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군대에서 취사병을 했을 때 저는 심플한 요리가 너무 어려웠어요. 닭볶음탕, 제육볶음 같은 음식은 레시피에 따라 재료 넣고 지지고 볶고 끓이면 됐거든요. 그런데 콩나물 무침처럼 예민하게 간을 맞춰야 하는 것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서울에 있는 엄마에게 SOS전화를 해서 콩나물 무침을 만드는 비결을 배웠지만 손맛내공이 부족한 저는 엄마의 감칠맛을 끝내 만들어내지 못했답니다. 언제나 소금, 고춧가루가 뿌려진 콩나물 범벅이었어요.


브런치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비싼 재료들이 아닙니다. 계란후라이, 소시지, 야채, 과일처럼 소소한 것들이잖아요. 마찬가지로 브런치 스토리에 쓰는 우리의 이야기들도 특별한 게 아닙니다.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특별하지 않지만 나만의 이야기라 특별하고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처럼 너무 헤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은 세련되고 심플하고 매력적인 글들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 스토리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둘째, 브런치를 먹기 위해서는 여유와 자존감이 있어야 해요. 여유 있게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아침과 점심 사이에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브런치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상권분석을 해보면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지역에서 해야 한다고 합니다.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지만 정서적 여유만

있다면 집에서도 언제든지 브런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한 체 씻지도 않고 먹을 것들을 대충 그릇에 담아서 유튜브를 보면서 한 끼 때운다는 식으로 배를 채우는 식사에 여유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깨끗한 접시에 음식을 예쁘게 담아서 깔끔한 옷차림으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요리를 즐기면 비싼 브런치 카페 못지않은 분위기와 여유를 누릴 수 있잖아요. 나에게 식량배급을 할 것인가 브런치 요리를 대접해 줄 것 인지는 얼마만큼 자신을 존중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엄마 말대로 거지처럼 먹으면 거지고 왕처럼 먹으면 왕이라는 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나의 태도와 행동이 달라진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는 것은 내 삶을 대충 다루지 않겠다는 자기 존중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과 생각을 분주하게 헝끄러트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삶의 여백과 여유를 유지하는 의지가 있어야 브런치 스토리를 쓸 수 있습니다. 저도 유튜브나 인스타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 브런치 스토리와는 점점 멀어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으니까요.



세 번째, 브런치는 허기진 우리 몸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놀라운 비밀을 깨달은 것이 있어요. 직원들끼리 싸우거나 민원인과 싸우는 시간이 대부분 오전 10:30~11:30에 일어난다는 것이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아침과 점심 사이 배가 고플 때였어요.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을 안 먹거나 대충 때우기 때문에 점심 전까지 배가 많이 고프잖아요. 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짜증은 배가 됩니다. 화가 나고 앙칼지게 날카로워집니다. 신경질이 납니다. 아무리 순한 사람도 시한폭탄처럼 변하죠. 그래서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불똥이 되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심밥을 먹기 전까지는 결재도 올리지 않았어요. 실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경험적으로 오전에 결재를 올리면 팀장님들이 이런저런 잔소리를 꼭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린 배가 불러야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배만 불러야 마음이 편해질까요? 아니죠. 우리를 외롭게 하는 것은 텅 빈 통장보다 텅 빈 마음이잖아요.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 우린 밤늦도록 유튜브를 보고 퇴근길에 인스타를 보고 연락도 없는 카톡을 계속 열어봅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든 무엇으로든 채워야 하기 때문이죠. 배고프다고 불량식품으로 허기를 채우면 건강에 안 좋듯이 마음의 허기를 불량식품 같은 것들로 채우면 마음도 건강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마음의 허기를 따뜻하고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글들로 채우라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런치는 로켓의 연료처럼 우리 몸에 힘을 줍니다. 마라톤 코스에서 물이나 간식을 나눠주는 구간처럼 말이죠. 가볍지만 영양가 있는 맛있는 식사를 했으면 이제 우리 할 일을 향해 힘 있게 나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고 밀도 있게 써 내려간 글들과 다른 작가들의 글들로 마음의 허기를 채웠다면 아직 반이상 남은 하루가 있으니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가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브런치 스토리는 소소한 재료로 특별한 요리를 만드는 브런치처럼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브런치처럼 허기진 우리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 브런치를 먹고 절반 넘게 남은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로 삶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브런치 스토리라고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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