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구출하라!
5시 30분쯤 우리과 여직원에게 고양이가 빗물받이에 갇혀있다는 민원이 왔다. 여직원은 어쩔 줄 몰라했다. 우리 팀이 아닌 일이니 나도 모른척하고 내 일을 했다.
그렇게 6시가 되었는데 고양이는 구출되지 않았다. 여직원에게 고양이가 갇힌 주소를 받고 내가 가기로 했다.
빗물받이는 들기는 어려워도 힘쓰면 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동물을 만지는걸 안 좋아한다. 동물원은 좋아하지만 우리 집 행운이도 내게 오는 것을 나는 안 좋아한다. 그래도 고양이가 불쌍해서 갔다.
택시를 탔는데 차가 많이 막혔다. 택시 운전사는 아주 젠틀하고 세련된 젊은 기사님이셨다. 기사님께 민원처리를 해야 하니 조금 급하다고 했다. 하지만 퇴근시간 종암동으로 가는 길은 정말 막혔다.
나보다 더 초초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 내가 자동차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함께 긴장을 풀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택시 기사를 하게 되셨나고 물으니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다 일찍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며 나같이 젠틀한 승객이 있어서 좋다고 칭찬까지 해주셨다.
나보다 기사님이 정말 젠틀하셨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젊은 여성 3명이 빗물받이 앞에서 추위에 떨며 고양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는 장갑을 끼고 패딩을 벗고 빗물받이를 들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옆에 부동산에 가서 망치를
빌린 후 두들겨도 꿈쩍도 안 했다. 빗물받이가 아스팔트로 고정이 되어있었다.
민원을 받은 여직원에게 전화해서 협력업체가 올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알아본다고 한다. 나는 망치로 두들기며 모서리를 깨면서 빗물받이를 열어보려고 했지만 안되었다.
2명의 여자는 가고 한 명의 여자는 남아서 고양이의 구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7시 20분 정도 된 것 같다. 업체 직원들이 왔다. 건장한 업체 직원 3명이 정말 열심히 2시간 정도 돌을 깨고 틈새를 만들어서 빗물받이를 드디어! 들어 올렸다!
그걸 나 혼자 하려고 했었다니!
신기한 건 내가 도착했을 때부터 갇힌 고양이 어미가 우리 옆에서 계속 우리를 지켜보면서 야옹했다. 자기 새끼를 빨리 구해줘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9시 정도가 됐을까? 어미는 어디론가 유유히 떠났다. 빗물받이를 아직 들어 올리지 못할 때라 나는 혹시 갇힌 새끼를 만나러 가나 따라가 보았다.
어느 주차장으로 들어가더니 어떤 아지트 같은 곳으로 쏙 들어갔다. 마치 퇴근을 하고 자기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자기 새끼 옆을 지키더니 아무튼 어미 고양이는 퇴근했지만 나는 내 팀 업무도 아닌 애매한 일로 퇴근을 못하게 되었다.
그 사이 소방관도 왔다 갔다 했지만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시고 가셨다.
아무튼 빗물받이를 열고 하수구 안쪽을 보니 고양이가 있었다! 새끼는 아니고 약간 큰 녀석이었다. 내가 처음에 갔을 때부터 3시간 넘게 구출작전 자리를 지켰던 여자는
고양이 밥과 간식이 있었는데 그 음식으로 고양이를 유인했다.
배가 고팠는지 입구에 놓은 간식을 날름 다
먹었다. 우린 입구를 막고 출구 쪽으로 나오도록 출구 쪽에 밥을 놨는데 출구 쪽으로 나오려는 순간 우리가 입구를 막으려는 것이 들통나 고양이는 안쪽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고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30-40분을 우리는 추위에 벌벌 떨면서
고양이를 기다렸다. 나는 동물구조협회에
전화를 했다. 사람이 못 들어가는 곳은 구출이 어려워서 못 온다고 하였다. 나는 처음에는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뭔가 화가 나서 앵그리 모드가 되어 논리적으로 따졌다. 다행히 이쪽으로 와준다고 하였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내가 무례하게 요구를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컸다.
동물구조협회는 야간에도 근무를 한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 해봐도 알 것 같았다. 동물구조협회 담당자님이 중간에 전화를 했을 때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직 오려면 1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았다.
동물구조협회와 통화한 시간이 9시 정도 된 것 같았다. 업체 직원들도 들어가셨고
끝까지 구조현장을 지켰던 민원인도 내가 상황보고를 드린다는 조건으로 들어가셨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9시 이후에 갈 곳이 없었다. 아무 곳도 갈 곳이 없어서 가까운 소방서에 가서 아까 왔었던 소방관에게 설명을 하고 잠시 몸을 녹였다.
10분 정도 됐을까? 기다리는 동안에 혼자라도 고양이를 유인해서 빨리 퇴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현장에 가서 편의점에 들러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일러스트와 광고의 간식을 사서
입구에 뿌렸다.
하지만 1시간 정도 10시 정도까지 고양이는 꿈쩍도 안 했다. 나는 화가 났다. 캣맘들을 원망했다. 그러는 사이 동물구조협회에서 오셨다. 우선 정중하게 사과를 드렸다.
담당자님은 프로답게 본인의 잘못도 인정하시며 서로를 이해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상황 파악을 하시고 이런 상황은 입구를 열어놓고 고양이가 스스로 나오도록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하였다.
나는 먼길까지 오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하며 90도로 인사를 하고 담당자님을 보내드렸다.
우선 차량이 지나가는 골목이기 때문에 빗물받이를 열어놓을 수는 없었다. 닫아놓고
민원인에게 최종 상황 보고를 하고 나는 현장을 떠났다. 10시 25분 정도 된 것 같다.
너무 고단했다. 치킨이 너무 먹고 싶었다. 맘스터치에 갔더니 사이드와 버거만 된다고 해서 어니언 감자튀김을 아주 맛있게 먹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고양이 구출작전은 오늘 실패했다. 고양이 어미도 잠을 자고 있을 것이고 갇힌 고양이도 하수구에서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유인하기 위해 간식과 밥을 많이 줘서 오늘 밤은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고마워하던 민원인 분들, 너무 고생한 협력업체 직원들, 인근 복덕방, 식당 사장님들 모두 고양이 구출작전에 한 팀이 되어 추운 겨울밤 고생하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라는 말처럼
고양이 구출작전 2탄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면서 걱정이 되지만
나도 잘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