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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Jun 16. 2023

신난다! 현수막 자르는 공무원! 5

운전직과 갈등 & A형과 B형

운전직과 갈등

A형과 B형 



 같이 일했던 운전직 직원은 아침 9시 30분쯤 출장을 나오면 먼저 자기 집으로 갔다. 집근처에 관용차량을 주차해놓고 집에 갔다오는 동안 나는 차에서 기다렸다. 처음에는 무슨 특별한 일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였다. 정말 어이없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몇 번 그러다가 나중에는 하지 않았다. 내가 싫어해서 안 한다고 했다.


 그 직원은 업무 중에 이사 갈 집을 보러가는 일같은 볼일을 생기면 중간에 차에서 내리고 내가 운전을 해서 복귀해야 했다. 언젠가는 나, 운전직 직원, 다른 직원 셋이서 업무시간에 함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놀았던 적도 있다. 별별 세상이다. 그 직원은 나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직급은 낮았다. 오전과 오후 관용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광고물을 처리하는 한 팀이었던 그 직원과 나는 처음에는 괜찮게 지냈는데 점점 사이가 안좋아졌다.


 서울시 다산 콜센터 120번으로 불법광고물에 대한 주민신고가 접수되면 내용을 내가 정리하고 지도를 출력하고 위치를 표시해서 운전직에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내 담당 구역에 다섯 장소에서 주민신고가 들어오면 담당 구역 지도를 출력한 후 정확한 신고 장소를 표시해서 운전직 직원에게 전달했다. 그럼 운전직 직원은 출장가기 전에 가야할 장소를 확인하면서 운행 코스를 계획한다. 서로 준비가 되면 출장결재를 올리고 아침부터 관내를 돌아다닌다. 하루 종일 붙어 있는 만큼 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사이였다.


 그런데 성향이 많이 달라서인지 점점 사이가 안좋아졌다. 나는 그 직원 기분을 맞춰주려고 아침에 커피같은 음료를 준비해서 대접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준비하지 말라며 거절을 했다. 그리고 존댓말을 하면서 거리를 뒀다. 이유를 몰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 같았다. 내가 평범한 직원은 아니니까 그 직원도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잘 지내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에는 나도 포기해버렸다.   


 사이가 안 좋게 지내던 어느 날 내가 전화를 받기 위해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 서울시청 인사담당자와 고충관련해서 대화가 길어졌다. 그 직원은 차에서 기다리다가 내려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히죽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 어이가 없네." 


 그리고 나에게 욕을 했다. 아주 모욕적이고 나쁜 욕이었다. 화가 난 나도 소리를 질렀다. 내가 소리를 지르니 당황했는지 아니면 화내는 내 모습을 관찰하는 건지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마무리 됐는지도 모르게 같이 차를 타고 복귀했다.


 나도 그 직원도 서로 불편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현수막을 제거하는데 나를 도와주지도 않았다. 내가 그 직원에게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무튼 나 혼자 위험천만한 현수막을 제거하느라 진땀을 뺐다. 나도 혼자 잘 하려고 잘난 척을 했었던 것 같다.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에 짜증도 났을 것 같다.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었지만 자신 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분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정치력이 없거나 소외 직렬이면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나에게 짜증나서 다른 사람한테 내가 재수없는 놈이라고 말했다고 나에게 이야기 해줬다. 나도 내가 유별난 사람이란걸 아니까 재수없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화가 났던 건 그게 아니었다. 둘이 출장을 다녔을 때는 날 도와주지 않더니 다른 선배와 같이 출장을 나가니까 나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도 있겠지만 너무 이중인격 같아서 진짜 화가 많이 났다. 진짜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따지고 싶고 싸우고 싶었지만 참았다. 


 점점 골은 깊어져갔고 상처는 곪아졌다. 터지기 일보직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답답한 건 팀장이었다. 나와 운전직 직원이 사이가 안좋은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방치했다. 참 한심한 팀장이었다. 팀장에게도 밥맛이 떨어졌다. 


 이 부서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현수막과 광고물을 제거하면서 여러번 다치고 위험한 상황을 겪으면서 더이상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싶지 않았고 사이가 안좋은 운전직 직원, 무책임한 팀장과 같이 일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정기인사에 맞춰서 고충신고서를 썼다. 고충 사유서에 솔직하게 작성했다. 여러번 다친 일과 팀원과의 불화가 있으니 타부서로 옮겨달라고 했다. 다행히 고충심사위원회에서 고충 인정이 되어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는 전보 대상자가 되었다. 


 내가 전보 대상자 명단에 뜨자 몇 달동안 서로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희망근무 부서를 어디 썼냐고 물어봤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궁금했나보다. 나는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친하지도 않은 직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말을 안해주니까 운전직 직원은 이상한 헛소리를 했다. 나를 약올리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보호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팀장에게 출장 파트너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내가 고충을 쓴 이유가 자기 때문이란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 급하게 보호막을 친 것 같았다. 내가 떠나고 희망 근무지를 말 안해주니까 그제야 날 배려하는 행동을 했다고 말하는 의도가 참 어이없고 이해가 안되었다. 


 이제 헤어질 마당에 안 좋은 기억은 지우자는 의도였겠지만 몇 달동안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 나는 화해의 제스처를 받아주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썼지만 너무 비난하듯 말한 거 같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말처럼 그 직원도 세상 사는게 힘들었을 것이다. 남편과 아빠로서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나도 그 직원을 많이 힘들게 했을 것이다. 


 언젠가 부서를 이동하고 엘리베이터에서 그 직원을 만났다. 나에게 밝게 인사하며 잘 지내냐고 물었다. 나는 무뚝뚝하게 대충 대답했다. 미안했다. 속 좁은 내가 잘못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카톡을 보냈다. 


 '서로 말도 잘 안하고 친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친절하게 말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죄송합니다.'


 답장이 왔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생각해보면 서로 많이 다른 사람이었던 같다. 서로 포용하고 이해했다면 좋았을 텐데 크리스천으로서 내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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