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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Mar 06. 2024

not 문어지기 but 건축하기

골격이 약하고 중심이 빈약하면 무너진다. 견고한 구조와 든든한 기둥, 안정된 중심이 있다면 흔들릴 수는 있어도 무너지기는 어렵다. 요트에는 선체 아래에 킬이라는 판 형태의 구조물이 있다. 요트가 뒤집어지려고 할 때,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을 확보해서 요트가 전복되지 못하도록 한다. 킬의 중량이 많이 나가고 무게 중심이 낮을수록 요트에 안전성을 제공한다. 마치 오뚝이의 무게중심추와 같다. 


우리 인생도 요트의 킬처럼 중심이 바로 잡혀 있어야 흔들리고 넘어져도 바로 복원될 수 있다. 킬 같은 루틴이 있어야 한다. 9 to 6 직장생활을 하는 주중의 일상은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강제성이 없는 주말에는 생활패턴이 엉망이 된다. 하루라는 그릇에 먼저 세팅된 커다란 돌덩이들이 없으니 어떤 걸로 채울지 몰라 자질구레한 모래들로 가득 채워버린다. 


언제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와 상반된 강제성이 인간의 삶을 지탱시켜 주는 걸 보면 인간은 특이한 존재 같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해야만 하는 일, 루틴 같은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 하루를 흐지부지 보내면 안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피나는 루틴을 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가, 달인, 마스터, 스포츠 스타들 모두 그들만의 루틴으로 인생의 골격과 기둥을 만들어 무너지지 않는 일상을 통해 무너지지 않는 실력을 만들었다.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우리의 실력도 무너지고 있다. 무용선수들은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 몸이 알고 이틀을 안 하면 동료가 알고 삼일을 안 하면 관객이 안다고 한다. 인생의 무대에서 은퇴는 없다. 마지막 숨 쉬는 순간까지 우린 현역이다. 우리의 실력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관객들이 무너진 실력을 보고 무너진 일상을 눈치채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우리 일상은 무너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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