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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Oct 11. 2024

작사의 세계

K-POP 안영주 작사가님의 수업을 듣고 있다. K-POP을 듣지 않지만 작사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수업을 신청했다. 생각해 보니 언젠가 작사를 배우고 싶어서 작사학원을 알아본 적이 있다. 왜 그랬는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는 생각이 안 난다. 나는 참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신청을 하고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첫 수업을 참석하고 아주 잘 왔다고 생각했다.


현역에서 뛰고 계신 K-POP 프로 작사가이신 안영주 작사가님의 생생한 현장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어서 재밌다. 인생스토리, 작사가가 되기까지 과정, 유명한 작사가가 돼서 잘 나가신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 주셨다.


잘 나가는 작사가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요즘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작사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사에 들어가는 글자 수만큼 저작권료를 받는데, 유명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게 되면 진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사가에 145원이 입금된다는이야기도 해주셨다.



첫 시간에 작사에 대해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해 보라고 하셨다. 20명 정도 되는 수강생들이 돌아가면서 발표를 했다. 참신하고 재밌는 표현들이 많이 나왔다.


"작사는 리드미컬 한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빛이 스펙트럼을 통과하면 눈에 보이는 색깔로 표현되듯이, 작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언어를 통해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대답이었다. 작사가님은 그럴듯하다고 해주셨다. 현역 프로작가님이셔서 그런지 쿠션멘트, 서비스멘트를 하지 않으시고 직설적으로 말씀을 해주신다. 이상하다고, 어색하다고, 그럼 안된다고, 오랜만에 스승다운 선생님을 만나서 좋았다. 살면서 무서운 선생님들을 몇 번 만난 적 있다. 그 선생님들이 왜 무섭게 직설적으로 혼내면서 가르치겠는가? 현실의 세계에서 살아남게 하려고, 치열하게 생존하려면, 대충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더 혹독하게 훈련시켜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려고 그러신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좋은 게 좋은 거고, 욕먹어가면서 그럴 필요 있나 하면서 어디 가나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 밍밍한 분위기와 다르게 수업을 듣는 우리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솔직한 평을 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노래 가사들은 대부분 "I LOVE YOU", 나 너 사랑해를 표현하는 것이고 작곡된 음악, 아티스트의 성향, 콘셉트에 맞춰서 작사가 이뤄진다고 하셨다. 그리고 작사는 현학적으로 써서는 안 되고 초5-중1이 사전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써야 한다고 한다. 어려운 단어를 쓰면 안 되고 누구나 쉽게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잘 쓴 글이 좋은 글이란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오늘은 작사가님이 만든 곡의 일부분을 개사하는 실습을 했다. 최근에 안 듣던 K-POP 가사들을 읽어봤다. 생각보다 내용이 심플하고 단순해서 작사를 쉽게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어려웠다. 리듬도 생각해야 하는데 리듬은 들리지도 않고 가사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겨우 생각해서 제출한 가사는 '파란 조개 속에 숨겨온 네 눈빛에'였다. 작사가님은 가사는 쉬어야 한다며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면 안 된다고 하셨다. 통과를 못해서 숙제를 해야 한다.



작사가님이 쓴 가사의 설명을 들었는데, 역시 프로답게 현란한 테크닉이 쏟아져 나왔다. 완전 초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실제로 얼마나 엄청난 기술들을 갖고 계실지 놀라웠다. 짧은 설명만으로도 고수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글쓰기에 대해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영화 '그린북'에서 천재 피아니스트가 운전기사의 편지를 대신 써주면서 해준 말이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표현으로."


이 말은 내 글쓰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표현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런데 새로운 표현을 쓰려다 보니 표현이 난해해지고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작사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주 쉬운 표현으로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사 수업을 통해 나의 글쓰기가 더 성장하면 좋겠다. 작사가님의 말씀처럼 언제 잭팟이 터질지 모르니 작사, 에세이, 소설 어떤 글이든 열심히 꾸준히 쓰는 게 왕도인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쓴 작사곡을 노래방에서 부르고 145원이 입금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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