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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OUT

by 태리우스

초가공식품을 입에 안 댄 지 3달 정도가 되었다. 몸무게가 78kg에서 최저 68kg까지 내려갔다가 70kg대를 유지하고 있다. 얼굴 턱선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제법 날렵한 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초가공식품을 끊게 된 계기는 최근 저속노화 콘텐츠로 유명한 정희원 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3달이 지나서 영상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핵심은 초가공식품이 우리 몸에 나쁘니까 먹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 영상을 보는데 뭔가 내 마음속에 변화가 일어났다. 단순한 정보를 접한 순간이 아니었다. 마음으로 다짐했다! 초가공식품을 먹지 않겠다고!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다짐을 하고 결심을 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쉽게 흐지부지 되는가? 특히 나는 결심을 아주 쉽게 한다. 결심을 하기 전에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봐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충동적인 결심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니 하루에도 수 없이 요동치는 감정을 기반으로 세운 결심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심지어 결심한 내용조차 기억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 내가 초가공식품을 3개월이나 끊었다. 끊임없는 달콤한 유혹으로 나를 살찌웠던 치킨, 피자, 떡볶이, 과자, 아이스크림, 햄버거, 짜장면, 빵, 라면 같은 악당들로부터 탈출을 한 것이다. 마치 도움이 안 되는 인간관계와 결별을 한 것처럼 말이다. 나로서도 이토록 다짐을 지켜내고 있는 자신이 신기하다.


그 영상을 본 후로 초가공식품이 먹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어졌다. 그렇게 좋아했던 녀석들인데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악당들을 내 입술에 대고 싶지도 않고 내 위와 장에 넣고 싶지가 않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바뀌어 버린 게 너무나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마치 담배를 끊지 못하던 어떤 사람을 위해 가족이 오랫동안 기도를 했는데 어느 순간 담배맛이 너무 쓰고 맛이 없어서 그 순간 끊었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 살 빼기가 쉽지 않다. 근육은 쭉쭉 빠지는데, 뱃살을 점점 늘어난다. 그런데 초가공식품을 안 먹으니 뱃살이 많이 들어갔다. 초가공식품 식품만 끊었을 뿐인데,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지방들이 많이 사라졌다. 초가공식품에 손을 대는 순간 다이어트는 불가능에 가깝다. 일단 너무 맛있고 입안에 들어가면 살살 녹는다. 그래서 초가공식품은 빠르게 많이 계속해서 먹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 초가공식품을 입에 대기 시작하는 순간 살이 찌는 건 시간문제다. 설탕,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 각종 화학첨가물이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 브레이크 없는 비만열차에 올라타버리면 그때부터는 답이 없다.



초가공식품을 안 먹기로 결심한 후에 밖에서 사 먹을게 사실 별로 없어졌다. 특히 편의점에서 먹을 거라곤 우유정도 밖에 없다. 대부분의 식품들이 초가공되어 생산되고 있고 우리 먹거리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밖에서 사먹을게 없으니 주로 채소와 집밥을 많이 먹게 되었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신기하게도 화장실에서 응가를 보면 냄새가 거의 안 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아주 신기했다.

'어!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응가냄새가 잘 안나네?'

말했듯이 나는 초가공식품 마니아라고 할 만큼 초가공식품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예전에는 화장실 갔을 때 응가냄새가 어마어마하게 고약했다. 그 이유를 GPT에게 물어보니 초가공식품 안에 있는 각종 화학첨가물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초가공식품을 안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고구마, 계란, 밥 같은 한식 위주의 밥을 먹으니까, 냄새는 줄었는데 반대로 응가양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서 그런가? 난생처음 보는 길이와 두께의 응가를 보고 놀라곤 했다. 어떤 날은 어떻게 저렇게 두껍고 기다란 구렁이 같은 응가기차가 내 몸 밖으로 분출되었을까? 감탄을 하곤 한다.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해서 GPT에게 물어보니, 채소위주의 건강한 식사를 하게 되면 나타나는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빠른 배출을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응가 초반 출입구를 확장시키시는데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세상 일이 장단점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럼에도 거사를 치른 후에 변기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시원한 성취감에 빠지곤 한다.


일단 뱃살이 빠지고 몸이 전체적으로 슬림해지니 못 입었던 옷들을 입게 되었다. 뱃살이 나오고 얼굴살이 토실토실, 뒤룩뒤룩 살이 쪘을 때는 예전에 샀던 남방을 입을 수가 없었다. 배가 너무 나와서 볼품이 없었다. 그런데 살이 빠지니 처박아 두고 외면했던 남방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단추 부분이 터질 것처럼 벌어진 남방이 아니라 남방 고유의 핏이 보이니 기분이 좋았다. 또한 배가 나오면 저절로 배의 곡선에 따라 벨트가 배꼽 밑으로 점점 흘러 내려간다. 그만큼 다리도 짧아 보이는데, 뱃살이 빠지고 배꼽 언저리로 벨트라인 올라가니 다리도 길어 보이고 좋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나는 운동을 틈틈이 하는데도 살이 빠지지 않아서 우울할 때가 많았는데 식습관, 먹는 것을 절제하지 않으면서 몸이 좋아지길 바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다이어트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식단이 더 중요하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지 않는 것이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초가공식품을 끊고 내 몸을 어떤 스타일로 만들지 고민을 해보았다. 슬림하고 탄탄한 스타일, 아니면 벌크 하고 파워풀한 스타일, 여자들은 전자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후자들에게 끌린다.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 슬림 앤 스트롱이 멋져 보이고,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면 벌키한 테토남들이 멋져 보인다. 우선 팔뚝이 두꺼워서 반팔이 꽉 쪼이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힘주지 않고도 복근이 선명하게 보이면 좋을 것 같고, 허벅지가 튼실하고 날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땀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초가공식품 끊기로 살은 어느 정도 빠질 수 있는데, 탄탄한 근육을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살을 깎고 근육을 키우는 일은 아주 고통스럽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야 근육이 생기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을 해보려고 하지만 힘든 순간이 오면 자신과 타협하고 적당하게 멈추게 된다.



인생에 한 번은 자신만의 LEGENDARY BODY를 만들어보라는 말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초가공식품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초가공할만한 땀과 노력으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여름은 지났지만 인생에서 한 번은 전설적인 몸을 만들기 위해 초가공식품을 끊고 초가공할 노력을 시작해 보자.



ps. 사실 일본 여행 중에 핸드폰 충전 때문에 일본 맥도널드 햄버거, 스타벅스 망고스무디를 한번 먹었다. 핸드폰 얘기가 나왔으니 초가공식품을 끊은 것처럼 쓸데없는 유튜브, 인스타 시청을 끊어야 하는데 쉽지가 한다. 한번 도전해 볼까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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