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아주 추웠다. 나는 분수시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데, 분수 안에 물이 차있으면 동파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물을 빼러 현장에 갔다. 점심밥을 먹고 털모자까지 챙겨서 씩씩하게 출발을 했다. 추위는 괜찮은데 안경에 자꾸 서리가 껴서 스트레스가 쌓였다.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리석 상판을 들어서 상태를 파악하니 벌써 얼음이 얼어있었다. 얼음은 다행히 쉽게 깨졌고 내부 관들의 밸브를 열어서 관 안에 있는 물들이 빠지게 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마무리를 하려고 몸을 숙였는데, 뭔가 벅!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트한 바지가 헐렁해졌다.
엉덩이에서 허벅지 부분이 길게 북하고 찢어진 것이다. 허벅지가 노출이 되고 속옷까지 보였다, 버스정류장 옆이어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아주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렇게 옷이 찢어진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오늘 숏 패딩을 입었기 때문에 우선 패딩을 벗어서 엉덩이 부분을 둘렀다.
오늘은 날씨가 추웠는데 패딩을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난 다행히 추위에 단련이 돼있어서 견디기가 수월했다. 이렇게 추운 날 내 허벅지 뒤쪽이 노출이 되니 기분이 신기했다. 서둘러 현장을 정리하고 택시를 타고 복귀를 하려고 했는데 택시가 안 잡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는데 버스도 잘 안 왔다. 너무 추웠다.
이렇게 추운 날 패딩을 안 입고 패딩을 바지에 둘르고 돌아다닌 사람은 우리나라에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버스를 탔고
난 사람들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했다. 그래서 애써 버스 앞쪽에 설치된 텔레비전 광고에 집중했다. 그러다 잠깐 오른쪽을 봤는데
어떤 여대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눈으로 내 패션을 보고 있었다.
난 작업 가방도 매고 있었는데 아주 컸다.
그 여대생과 뒤쪽에 앉은 여자들은 나를 보고 무슨 추측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생각을 알 수는 없었고 나는 최대한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내렸다.
짐이 많아서 불편했다. 안전모, 입김으로 젖은 마스크, 큰 가방, 짧아서 제대로 묶어지지 않은 패딩, 털모자,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택시를 타고 복귀를 했다. 구청에 도착해서도 엘리베이터에서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고 다행히 사무실로 돌아왔다.
예비 바지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입었던 바지 위에 예비 바지를 입었다. 내복을 안 입었는데 내복을 입은 것처럼 편안했다. 여자 친구에게 오늘 이야기를 하니 재밌어하며 나에게 시트콤을 찍었다고 얘기해줬다.
그 바지는 내가 공무원 면접을 보러 갈 때
부모님이 사주신 정장 바지였다. 요즘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바지가 타이트해진 것 같아 핏이 예전보다 맘에 들었는데 찢어져서 아쉽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다가 찢어져서 기분은 좋다. 오늘처럼 추운 날 특이한 경험을 해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