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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Dec 04. 2022

EP.4 상담사도 상담을 받습니다.

나를 잘 알아야 잘 쓸 수 있다.

*공지*

본 시리즈는 초심상담자가 상담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것들을 일기로 기록한 것입니다.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이며 자기 맘대로인 글이기때문에

'상담사로서의 전문성'보다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기록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월의 막바지, 저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5건 이상의 케이스 + 집단 프로그램 + 특강 등으로 새치는 늘어만 갔고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어떻게든 다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어떤 이들은 왜 제때 멈추지 못하냐고 저를 다그쳤습니다. 물론 그 다그침이 걱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다 경험이고 자산이지"라며 웃어넘겼습니다.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저는 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저를 때리고 욕하고 죽이는 꿈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고 본 적 없는 사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꿈에서 날마다 죽임 당하고 있었어요.

왜 그런 꿈을 꾸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바쁘게 지내긴 했지만 갑자기 바빠진 것도 아니었고 지난 분기에 비하면 훨씬 힘을 빼고 있었거든요.


"....엄마 나 상담 받아야 할 것 같아."

"너는 네가 상담을 하는데 왜 상담을 받아? 네 마음 정도는 알아서 관리 해야지."


상상도 못했던 존재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는 꿈을 꿨던 날

저는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전문가로서 '자기분석, 개인분석'이라 부르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전문가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저라는 개인의 안위를 위한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저의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무섭고 두렵고 당장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상담은 상담자가 가장 중요한 도구인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자의 컨디션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내담자분들께 폐를 끼치게 될 것도 분명했습니다.


"나도 열심히 관리했는데 그럴 때가 있잖아, 내가 손 쓸 수 없을만큼 힘들때가....지금이 그 때인 것 같아."


사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상담사는 '마음의 전문가'일테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그래서 마치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와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 마음 하나 돌보지 못하는데 상담사로서 일해도 괜찮은 걸까? 하며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저도 40대가 넘어서까지 상담을 받았고 여전히 공부중이에요. 사람의 마음은 항상 나아가는 중이기 때문에 지금 괜찮다고 당장 마침표를 찍을 수 없어요. 그리고 마음을 돌보는 행동 중 하나가 상담을 받는 것인데 상담사가 자기 마음 돌보는 게 뭐가 어때서요?"


네, 저는 아직 초짜 신입 병아리 상담사입니다.

상담 일을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다른 사람들 힘든 이야기 듣는 거 안 힘드세요?" 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듣는 저보다 말하는 분들이 더 힘드니까요, 그리고 힘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게 상담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죠."라고 답해왔어요.

하하 그러게요? 힘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말하고 다니면서 정작 관리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다뇨! 상담사님의 말씀에 머리를 한대 띵~ 하고 맞은 저는 당당하게 주변에 "나 요즘 상담받아!" 라고 이야기하고 다닙니다. 근데 더 신기한 일들은 그 뒤에 일어났습니다.



상담사도 상담을 받는구나, 나도 받아볼까?



상담에 대해 거부감이나 어려움을 느끼던 사람들이 "해볼까?"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는 거에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을 해봤는데요. 앞서 말했던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마음의 전문가'인 상담사가 상담을 받고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나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받아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는데? 라고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지인들도 있었구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혹시나 상담을 망설이고 계시다면 응원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상담사도 상담을 받습니다.

상담사도 그냥 사람입니다.

상담사도 힘들고 자기 마음을 잘 관리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많습니다 ㅎㅎ)

우리는 우리 마음을 돌보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그 중 하나가 상담을 받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커다랗고 엄청난 문제가 없어도 상담을 받습니다.

나를 알기 위해서, 알아주기 위해서 상담을 받습니다.

여러분도 상담을 받아보세요! 궁금하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 이렇게 되면 제가 왜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꾸는 지, 상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네요!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나누러 오겠습니다. 뭐, 대충 예상하시겠지만 스트레스 때문이기는 합니다만, 그 스트레스가 어디로부터 오고 저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고 힘들게 하는 지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궁금하시다면 다음 글도 기다려주세요.






상담을 받고 있는 요즘은 그런 꿈을 꾸지 않아요.

힘을 뺐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정말 힘을 뺀다는 건 어떤 걸까 깊게 고민하며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받으면서 더 확신이 들었어요.

저는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있고 또 그만큼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다는 걸요.

좋아하는 걸 마음 껏 좋아하려면 잘해야한다는 부담이나 압박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 같아요.

마냥 상담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저를 토닥토닥 해주고 있습니다.


잘하려고 하지말고 그저 항상 진심으로 존재하자.

맞은 편에 앉아있는 나의 소중한 내담자분들을 위해서! 라구요.





- 2022년 12월, 따수운 카페 안에서 진솔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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