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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24. 2017

나는 나를 모른다.

해외취업



얼마 전 라오스에 다녀왔다.

여행은 아니고 라오스에 있는 일본계 기업 입사를 위한 최종면접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합격했다.


그런데 막상 붙고 나니 덜컥 겁이났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실은 나, 해외생활 혹은 해외취업과 맞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왔는데

친구들도 가족도 없는 곳에서 내가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가고 싶지 않은 이유들만 떠올랐다.


한국에는 내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렸었다.

영어와 일본어를 할 줄 아니까 그래도 해외에서는 취업이 수월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지만 내겐 취업이라는 중압감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들, 물건들에서 멀어지는 것이 미칠듯이 불안하고 무서운 일이었나보다.


어디든 경쟁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경쟁없이 모두가 함께 행복한, 말 그대로 환상에 불과한

꿈을 꾸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지금 당장 돈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부모님들과 친구들이 든든하게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있다.

굳이 외국에 가야겠어? 라며

조금만 더 한국에서 나의 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떻냐고 믿어주고 물어준다.


꽤 많은 지원

그리고 몇번의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서

나는 늘 자신에게 물었다.


해외에 나가는 게 언제부터 나의 꿈이었지?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외국에 나가면 더 많은 구독자 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린 생각도 했었고

블로그나 sns가 좀 더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더 많은 구독자 수가 나에게 중요했었나?

남들이 보기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게 내가 글쓰기와 sns를 시작한 이유였나?


언제 한번

내가 라오스에 대한 여행이 아닌 다른 꿈을 꾼 적이 있었나?

마케팅이나 영업에 대한 의지와 궁금증이 있었나?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다.

영어와 일본어는 내가 좋아서 시작했을 뿐 취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해외취업과 여행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준비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면 할수록 나는 그냥 도피를 원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국에는 내가 일할 곳이 없으니까, 나를 받아주는곳이 없으니까

외국에라도 가면 부모님의 걱정과 함께 내 부담감, 압박감도 덜 수 있으니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꽤 확고하다.

글 쓰는게 좋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행복하고

자존감이나 자아성찰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내가 가진 경험들로 깨우친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런데 내가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이 많은 것들이 나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

부모님께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미친듯이 몰입해서 달렸다.


그러다 그 끝에는

합격과 불합격이 있었고

결국 가지 않을 이유만 찾아대는 내가 있었다.






정말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문득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라오스에서의 첫째날

면접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을 하고 밤 10시가 넘어 호텔에 돌아온 순간

미친듯이 눈물이 났다.

이게 앞으로의 내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웠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다.

그런데 언젠가 엄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 때, 더 이상 엄마를 만날 수 없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자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다.

라오스고 뭐고 엄마의 곁에 있고 싶었다.

엄마의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 세상에는 차고 넘칠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었다.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한 애같은 어른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저 내게 중요한 것이 가족과 함께 있는 일이고

친구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나를 위해서 세계로 나아가 세계에서 일을 하고

견문을 넓히고 경험과 지식을 쌓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가장 최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내 세계가 좁다고 할 지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직 라오스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진 않았다.

주말동안 조금 더 깊게 고민을 해보고

다시 한번 글을 써보려 한다.

그 때도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는 확실히 해외취업에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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