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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27. 2017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

중요한 것은 쏙 빼먹고 나쁜 말 하기 쉬운 것들만 듣는 사람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간다.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공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게 공감과 공유가 무엇인지, 
사람과의 소통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달아 가는 중에 
여전히 서툰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배우는 중이다.


나는 폭토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을 하고 유지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 기억들은 나의 10대와 20대를 가득 채워 지금의 내가 가진 가치관의 바탕이 되었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절절히 느꼈던 나날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가 이유라고 믿고 있지만
그래, 그 이유도 맞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처음 폭토에 관한 영상을 올릴 때도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알리고 싶었다.
이것은 절대 "살을 빼기 위한" 마음만이 주가 되는 게 아님을 알리고 싶었다.


어떤 이들은 살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로 식이장애를 겪기도 한다.
사실 과도한 다이어트 자체가 마음의 병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 사회는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일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뚱뚱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뚱뚱하다는 기준 자체가 애매해서 이 단어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지금 내 기준에선 그렇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 그런 뚱뚱함, 날씬함, 통통함은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의 나로서 충분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종 그렇지 못한 밤들이 찾아와도 지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나는 한 번도 나와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물론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리고 여러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선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내려 애를 썼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
폭토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 폭토를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나는 언제까지나 지금의 내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며 
미친 듯이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식이장애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역시 매번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피할 수 없는, 피해선 안 되는 팩트.
그 부분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늘 가족들에게 죄인이 되었던
인간관계에서 늘 아래가 되고 뒤가 되어야 했던 지난날들을 다독이고 싶다는 마음과 
혹시나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감정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괜찮다고 나도 그랬다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은 잘못된  아니라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조금씩 마음을 나누고 누구에게도 열지 못했던 문을 조금씩 열어주셨다.




그러나 여전히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존재했다.
내 영상을 끝까지 봤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전부 빼먹고 
자신이 우월하고 
자신이 괜찮고 
자신은 정상이며 
나는 비정상이며 더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제는 "씨벌 더럽네"라고 시작하는 댓글이 달렸다.
바로 신고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닫았다.


상처받았냐 물으면 그건 아니다.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의 말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오히려 동정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들은 내게 다른 형태의 동정심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소통의 부재와 
꽉꽉 막아버린 귀와 마음을 나는 애써 열고 싶지 않다.
내가 열려해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열지 않겠다.


상처받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처를 받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어쩌면 조금 무서웠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떡하지?
내가 더럽나?
구토하는 이야기를 올린 건 아무래도 좀 그랬나?



그러나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듣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듣는 사람도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
그렇게 세상은 늘 양면성이 존재한다.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하고 해명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결정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
당신은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들으면 된다.


무가치한 비난과
혐오스러운 발언들
그리고 몰상식적인 어휘들은 사실 약하다.
악할 뿐 강하지 않다.


나는 악함에 지지 않는 강함을 지니고 싶다.


그러니까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열심히 전하고 싶다.
그 악함에 내 강함이 잡아먹히지 않도록
올바르고 곧은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도망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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