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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Dec 11. 2017

12월 11일의 단편 - 두통이 이어진 하루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업무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체크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고 일본어는 더 어렵고 나의 머리는 한계에 이르렀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만 자꾸 떠오르고 나중엔 지쳐서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잘 하고 싶은데 따로 공부하려고 하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내가 나에게 묻는다. 자료를 집에 들고 왔지만 절대 보지 않을 거야. 보고 싶지 않으니까. 집에서만큼은 좀 쉬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오늘 근무 시간 중 80센트가 교육이었다. 마지막 2시간이 카운터 업무였는데

카운터에 내려가는 순간부터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겪는 두통이었다.

카운터에 앉아 손님을 향해 웃어야 하는데 울고 싶었다.

'내일도 교육일 텐데, 나는 분명 또 실수를 하고 허둥지둥 댈 텐데 아 - 싫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너무나 지친다.

계속 웃으며 마음을 담는 일은 힘들다.

그에 비해 돌아오는 반응은 무덤덤하거나 싸늘하니까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

아, 이런 생각해봤자 나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는데 멈춰지지 않는다.


'Beauty Sickness'에 관한 오디오 북을 듣고 있다.

내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 가치관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

식이장애에 대해서도 보다 도움이 되는 글과 영상을 찍고 싶은데 

내 지식이 부족하여 늘 내 이야기를 투덜투덜 대는 게 전부다.

그러니까 여러 매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지 배우고자 한다.

근데 집에 돌아오면 너무 지쳐서 제대로 들을 수도 읽을 수도 없다.

그래서 더 싫어진다.

아, 마음만큼의 실력도 능력도 없는 나란 인간은 어떡해야 하나 - 

하지만 이런 생각을 이어가면 결국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고 말겠지.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날이니까 이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겠지. (그렇게 믿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폭토를 고칠 수 있는지 물어본다. 

대부분의 질문이 같은 질문인데 나는 여전히 그에 대한 도움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인생을 잘 살아보고 싶었고 

죽을 수 없어서 이왕 살 거 제대로 살고 싶었다.

안돼도 일단 뭐라도 질러보자 싶어서 취업 준비와 함께 구직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보고 싶었던 제주도도 가보고 

꼭 한번 올려보고 싶었던 유튜브 영상도 올려봤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간에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과정 속에 있다.

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과정이 나를 낫게 해주었다 믿는다.

끝없이 계속해서 이 삶을 채워 나갈 일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늘 "하고 싶은 일, 진정으로 원하는 일,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라고 말한다.

아마 고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답이 바로 뿅! 하고 나오는 것도 아닐 테니.

그러니까 그냥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하셨으면 좋겠다.

나에겐 그게 오행 일기였고, 토익 문제집 하루에 다섯 문제씩 푸는 것이었다.

작은 계획들과 과정들이 쌓여 다음을 만들어 주었고 지금은 꽤나 정기적인 과정에 접어들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하나는 확실이 알게 되었다.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몸도 마음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무엇을 할 때 기쁜 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계획들은 무엇인지

외모 말고 내 내면을 채워나가는 것에 집중을 하니 

구토를 한 달에 많아봤자 두 번에서 세 번만 하게 되었다.

먹어야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참 어렵다.


책을 많이 읽고 영상도 많이 봐야지.


근데 시간은 없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하루에 반 이상을 보낸다.


아직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갈 능력이 안되니까 

경험이라 생각해야겠지.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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