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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Dec 14. 2017

12월 14일의 단편 - 가끔은 행복, 지금 행복

매일매일 행복한 순간을 찾으며 산다는 건



아침이 왔다.

어제는 밤 10시 넘게 회사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술에 그다지 강한 사람이 아닌지라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얼얼해 머리가 띵- 어지러웠다.

그러다 시간이 갈수록 누가 머리를 꽈악 움켜쥔 듯 아팠다. 

잠을 자야겠다 싶었지만 잠이 오지 않아 헛구역질을 했다.

헛구역질, 헛구역질, 헛구역질 

즐거운 시간에 비해 혼자인 시간은 좀 서글펐다.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눈을 감았다.

엄마가 보내준 이불속에서 엄마가 보내준 베개를 안고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어디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아침이 왔다.

지난밤 꿈에는 공유가 나왔다.

나는 누군가를 등에 업은 공유에게 "여기로 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왜 등에 업힌 사람이 내가 아니었을까'

눈을 뜨자마자 그런 생각을 하다 혼자 웃었다.


전기장판은 따뜻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노래를 틀었다.

첫 곡은 소유의 신곡 

겨울 냄새 물씬 나는 노래를 틀어 놓고 이불 옆에 널브러진 책을 들었다.


"견뎌야 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아, 이 삭막하고 굴뚝같은 그러나 위로 가득한 책을 읽으며 "행복하다" 생각했다.

휴일은 이렇게 좋은 거구나.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일상이 당연했다.

나는 매일 아침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고 널브러진 책들 중 한 권을 집어 읽었다.

그땐 그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몰랐다.

행복했지만 종종 답답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행복하더라.

이래서 사람이 일을 해야 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봤다.

그냥, 요즘 많이 울적해서 행복이 평소보다 배로 느껴지는 걸 텐데

뭐 아무튼 좋았다.


행복이 멀어지는 순간을 떠올린다.

그건 아마 행복하다 느낀 직후가 아닐까 싶다.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이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묻는 순간 행복은 멀어진다.

묻지 않고 싶은데 묻게 된다.

그래서 내가 계-속 행복할 수 없는 걸까?

모르겠다. 행복이 이어진다면 그건 더 이상 행복이 아니겠지.

행복은 불행한 시간 속 불쑥 찾아오는 손님 같아서

결국 다시 집을 나서고 나에게서 멀어진다.

그러나 행복이 다녀간 곳을 떠올리며 우리는 불행을 살아낸다.

생각지도 못한 때에 찾아오는 행복을 기다리며 어떻게든 살아낸다.

그리고 가끔은 오지 않은 행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행복은 참 어렵다.


사람들이 묻는다.

"행복이 뭘까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건 아닌 것 같아.

순간인 거지.

어떨 때는 계속 계속 이어지는 평행선 같다가 뚝 하고 끊겨버리기도 하는 거지.


연연하지 않고 살아갈 거야.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나를 불쌍한 인간을 만들지 않을 거야.

늘 행복한 사람이 어딨어.

매일매일 행복한 순간을 찾아내는 사람은 있어도.


난 그런 사람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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