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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Oct 28. 2017

평생을 산다던 너는

나는 여전한데



벽 너머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일부러 라디오를 틀어놓고 이부자리에 눕는다.

깨질 듯 깨지지 않는 침묵보다 나를 더 외롭게 하는 것 같다.

혼잣말이 늘었다.

짧은 글도 소리내어 읽어 본다.

의사 선생님은 마음의 병이라고 하셨다.

마음이 견디다 못해 몸을 빌린 거라 하셨다.

외로워도 약해지면 안된다고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나는 작년에 공황 장애를 앓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과호흡이 일어나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두통과 어지럼증에 쉬이 주저 앉았다. 그리고 여전하다. 끊임없이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택한 건 어쩌면 실수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없다. 도망치면 영영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겠지. 일주일에 10시간도 채 자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린다. 엄마는 나 때문에 많이 울었다. 약을 건네 줄때마다 "엄마는 우리 딸을 많이 사랑해. 자랑스러워" 라고 말했다. 주문처럼 외웠다. 그 주문이 효과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도 그 말을 떠올리고 내일도 떠올릴 것이다. 손님 앞에선 예쁘게 웃어보일 것이다. 숨이 막힐 것 같아도 나는 숨을 쉴 수 있다고, 숨 쉬고 있다고 나를 다독일 것이다.



사람이 무서웠다.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상냥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제일 무서웠다.

종종 떠올린다.

너는 잘 살고 있을까 - 여전히 거기서 행복할까 -

평생을 산다던 너는 평생을 살고 싶을만큼 행복할까,

나는 여전히 이렇게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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