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Mar 14. 2018

갑자기 눈물이 나곤 했다.

나는 왜 여기 있을까

현재 나는 일본의 한 공항에서 안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럴 듯한 단어를 빌리자면 인포메이션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총 7시간 30분.

7시간 30분 내내 카운터에 앉아 손님을 응대한다. 

공항에 관련된 질문, 비행기 관련된 질문, 관광에 관련된 질문, 교통수단에 관련된 질문 등

질문의 폭은 아주 넓고 종류도 다양하다. 

약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질문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구나 하는 여유도 생겼다. 

여유가 생길 때즈음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많이 울었고 많이 망설였다.

나는 1년을 다 채우지 않고 퇴사한다.

이를 경력이라 부를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경력이라 말할 생각은 없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어 전공도 아니고 워홀 생활을 해본 것도 아니고 일본어 좀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다 갖고 있다는 JLPT 자격증도 없는 내가 덜컥 일본 공항에 취직했고 다른 것도 아닌 일본어로 일본인을 안내하는 업무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내가 제일 몰랐다.

처음엔 취업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뻤다.

오랫동안 꿈꿨던 일본 생활이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카츠동과 낫또를 맘껏 먹을 수 있고

드라마와 영화로 익힌 야매 일본어를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생활이었다.


그랬던 내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일본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었고 건강이 망가지면서 내 마음도 와르르 무너졌다.

마음이 망가지면서 건강이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혼자 눈물을 참고 흘리고 닦고 ... 어디서 오는 지 알 수없는 울컥함에 괴로웠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나 정말 여기서 뭘 하고 싶은걸까?

여기 이러고 있는 게 내가 바라는 일이야?

의미도 목적도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나는 괴로웠다.

숨이 턱턱 막혔다.

그냥 이 일이 싫었다.


무엇보다 내가 싫었다.

무엇도 아닌 것 같았다.

누구도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 일이 즐겁지도 않았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없었고

내가 보내고 있는 7시간 반이 너무나 의미없어보였다.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썼다.

손님들에게 늘 웃었고 친절하려 누구보다 노력했다.

하지만 괴로웠다.

그들이 웃어준다고 내가 기쁜 경우는 열중에 하나였고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싫었다.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도 있었지만 가장 큰 상처는 나 자신에게서 오는 무기력함과 무의미함이었다.

말이 7시간 30분이지, 출근 준비부터 자기 전까지 나는 출근과 퇴근을 생각하며 울었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한거지? 싶어서 

분명 나를 위한 선택이었는데, 내가 한 선택이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건지 모르겠더라.

사라지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로 구토가 올라오기 시작할 즈음 난 이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에게 의미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저 살아내기 바쁘고 타인에게 맞추기 급급했던 나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울고 괴로워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몰랐고

자신이 없어 늘 도망치기만 했던 그 곳에 다시 다가가기로 한다.

그 곳에서 도망친 결과 나는 끝도 없는 우울에 가라앉았고 

나 자신을 미워해야만 했다.

그러고 싶지 않아.

부족하고 느려도 그래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갈거야.



성장할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환경에 놓여진다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좋은 환경이라 말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는 거 안다.

견디지 못한 나약한 인간의 투정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시선들이 두려워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다.

근데 아닌건 아니다.

나한테 아니고 내가 아니라는데 어쩔거야.

그만둔다.

오늘도 카운터에 앉아 차오르는 눈물을 몰래 닦았다.

자신의 목표와 커리어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부럽고 멋있어서

나를 믿지 않고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되는 곳에 아무데나 들어가자 라는 마음으로 

살아온 내가 밉고 또 미안해서..


구차하게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싶진 않지만

아니 설명하고 싶지만.... 그냥 그만둔다고 

너무 그만두고 싶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평생을 산다던 너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