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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2. 2018

섭식장애 극복하기 #4 식이장애는 누구의 문제일까

타인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요즘 몇몇 곳에서 식이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연락이 늘고 있다.
나는 식이장애를 겪은 사람이지만 전문가는 아니다.
가능하다면 식이장애 전문 상담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랄까?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1년 뒤 한국에 돌아가 모임도 만들고 싶고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해보고 싶다.
전부 다! 내가 유튜브를 꾸준히 진행하고, 식이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얼마 전 한 메일을 받고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식이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입니다."

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와 극단적인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법을 잃은 사회 등등
사회적 문제와 관련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유튜브 영상에서도 말했었지만,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하지만 모두 다르다.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다,
아픈 이유, 고민하는 이유, 슬픈 이유 전부 다 다르다.
이유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고 
과정이 달라진다.
이건 개인의 문제다.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 건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외모에 대한 관점, 다이어트 방법 *허위광고 주의*, 사이즈에 굴하지 않는 사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회, 점수나 숫자로 판단하지 않는 사회, 하나의 기준에 가두지 않는 사회 등등
변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사회는 결국 개인이 이루고 있다.
사회가 바뀌기만 기다리다 간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사회가 변한다 해도 내가 변하지 않으면 변한 사회를 따라갈 수도, 알아차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기준, 중심,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길 바라고,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길 바라고 
좋은 학교, 직장에 얽매이지 않길 바라지만 이 사회는 너무 오랜 시간 이런 기준에 길들여져 왔다.
한순간에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 자신에게, 당신에게, 우리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시선을 핑계로, 사회를 핑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하진 않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그랬다.
늘 그랬다.
사회의 탓도 있다.
이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인정받아 마땅한 사람이 무시당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 버림받고
기준이 너무나도 획일적이라 개성이 뭉개졌다.
하지만 그런 발길질에 우리, 꿈틀이라도 해본 적 있는가?
나는 오랫동안 나를 포기했었다.
내 인생이 끝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고 
내 삶이 너무나 죄스럽고 치욕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한편으론 나를 이렇게 만든 이 사회가 죽일 듯이 미웠다.
미워서 미워서 나는 사회에서 도망쳤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구해주러 올까 봐
숨어있는 불쌍한 나를 알아 차려 줄까 봐 
하지만 그건 멍멍이 같은 상상이었다.

세상을 바꾸자는 말이 아니다.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말도 아니다.
그렇게 크고 대단한 일 ㅎㅎ 나는 못해! 못한다!
허나 우리 자신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오래 걸리겠지,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 그래도! 나는 계속해보자고 말하련다.



나는 성범죄의 피해자였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할 예정이다. 이미 많이 해왔지만)
나를 사랑할 수 없었고, 사랑이 뭔데? 라는 생각에 나 자신을 가둔 채 살았다.
삶이 싫었고 내가 싫었다.

나는 폭력이 오고 가는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물론 나와 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가 계셨고 
완전한 화해는 아니지만 더 이상 아빠와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당시의 난, 내 불행이 너무도 버거웠다.
내가 태어난 이유부터 시작해서 내 존재의 이유를 모두 부정하고 부정 당했다.

이 외에도 내가 폭토라는 굴레에 나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창피하고 두려운 장면 장면들이 내 식이장애에 속해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식이장애의 굴레에 들어가게 했는가?
당신은 왜 당신이 무엇도 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게 됐는가?
왜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당신에게 아름답다는 정의는 무엇이며
누가 당신의 아름다움의 정의했는가.


나는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꾸고 싶다.
나만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나아지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그냥 나로 잘 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만으로는 절대 간단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안다.
너무나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시선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폭토를 앓아 왔다.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고 어느 정도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자주 무너지고 넘어진다.
혼자라는 생각에 참을 수 없이 외로워진다.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
당당하게 폭토 10년 차라고 밝혔지만 사람들의 간단한 생각과 말들이 무섭다.
하지만 나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함께 이겨 나가자고 말할 것이며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며 
가능하다면 더 많은 분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스스로 극복 방법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로 묶여지는 게 싫어서 되는대로 끄적여본다.
모두가 같은 이유로 아프고 
같은 이유로 힘들 거라는 그 대단한 착각을 발로 뻥! 차버리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안다고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니다.
사회 탓도 있지만 그저 사회의 탓으로만 돌릴 문제도 아니다.
우리가 귀를 열지 않으면 
우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우리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무엇도 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 병을 고칠 수 있을지 남에게 묻기 보다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당장 해낼 수 없더라도, 당신이라면 어떤 조언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자.





※나중에 어떤 프로그램, 어떤 모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용감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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