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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12. 2018

섭식장애 극복하기 #5 침샘 붓기는 어떡해요?

돌아올 겁니다.

식이장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바로바로

침샘 붓기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유튜브 댓글, 메일 등 식이장애 관련 질문 메일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확히 침샘은 무엇을 하는 부위일까?

침샘의 주된 기능은 침을 만드는 것이다. 침은 음식을 삼키는 단계 중 구강기(oral stage, 입안의 음식물을 인두 쪽으로 이동시키는 단계)에 구강 내로 분비된다. 침은 다양한 기능을 갖는데 음식을 부드럽게 하고, 입안을 습하고 매끄럽게 하여 음식물이 잘 씹히도록 돕는다.

침에 섞인 아밀라아제 등의 효소는 초기 소화작용에 관여한다. 또한 호르몬이나 호르몬 유사 물질을 분비하며 미각을 전달한다. 항균물질을 분비하여 입안에 상주하는 세균을 조절하며, 치아 구조 보호 및 구강위생 유지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인체의 방어 기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귀밑샘은 소화효소가 풍부한 장액성의 타액을 분비하고, 턱밑샘, 혀밑샘 그리고 작은 침샘 등은 끈적한 성질의 점액성 타액을 생산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침샘 [salivary glands] (서울대학교병원 신체기관 정보, 서울대학교병원)


라고 친절한 네이버 사전이 알려 주듯이 침샘은 침을 만드는 곳이고 우리가 음식물을 잘 씹을 수 있고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부위이지만 평소엔 잘 모르고, 신경 쓰지 않고 지내는 부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식이장애에 대한 이야기에서 침샘 붓기*이하 침샘부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일까? 이는 글로 설명하기보다 말로 설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 조만간 관련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지만 간단하게라도 글로 정리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끄적여 본다.



"침샘이 부어서 얼굴이 너무 커 보이고 살이 찐 것처럼 보여요, 폭토를 멈추면 침샘부종도 사라지나요?"

- 일단! YES! 

"일단" 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침샘 부종이 언제 사라질 지는 아무도 모르고, 사람마다 폭토 혹은 식이장애를 앓아온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구토를 억지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하다보면 턱 쪽에 엄청난 자극이 간다. 턱 근육이 뻐근하고 얼굴에 열이 오른다. 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면 이미 폭토나 씹뱉 등 식이장애를 앓은 지 꽤 지났거나 지나치게 잦은 횟수로 이미 침샘과 얼굴 근육에 큰 무리가 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나 포털 사이트에 침샘부종, 침샘붓기를 검색하면 수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사진처럼 턱 밑이나 귀 밑에 작은 혹이 생기거나 한쪽에만 생기거나 혹이 아니라 살처럼 근육이 부어 오른 상태를 침샘부종, 침샘 비대증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이 침샘은 다행히도 폭식이나 구토를 멈추면 사라지긴 하지만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쉽게 재발한다. 한번 크게 자극을 받은 상태이기때문에 점차 만성적인 부종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애써 돌려 놓은 얼굴이 몇 번의 구토나 폭식으로 쉽게 돌아오기도 한다. 구토를 하지 않아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껌, 딱딱한 음식을 씹는 행위도 침샘 부종과 크게 관련이 있다. 그래서 침샘 부종을 없애려면 삶의 전반적인 습관에 변화가 필요하다. 음식을 오래 씹는 게 소화에 좋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오래 씹는다거나, 지나치게 딱딱한 음식만 섭취한다거나, 턱 관절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삼가하는 게 좋다.




"너무 심각하게 부어서 폭토를 멈춰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병원에 가는 게 좋을까요?"

-일단 YES!

하지만 잘못된 처방으로 침샘에 더 큰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제대로 알아보고 가길 추천한다. 나는 병원을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기때문에 크게 신경쓰지않고 폭토를 멈추고 지나치게 딱딱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정도로 관리하고 있지만 사람에 따라 병원의 처방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의심이 되거나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선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침샘은 이빈후과가 전문이지만 폭토나 만성적인 부종은 전문 병원이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고 가길!

*침샘부종이 염증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부종이 아니더라도 폭토나 식이장애로 인해 구내염이나 침샘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잇몸에 문제가 생겨 신경을 타고 흘러 큰 병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침샘부종에 예민한 이유도 이와 관련있지않을까 추측해본다. 나는 10년 넘게 폭토를 하면서 치아부식이 다른 또래 혹은 사람들에 비해 아주 심각한 편이었다. 다행히 임플란트 수준까진 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할 확률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극도로 높은 편이다. 또한 이런 부식을 그대로 둘 경우 앞서 말했듯이 이 염증이 혀 신경이나 턱 근육에 퍼지는 경우도 있으니 제발 제발 제발 우리 몸을 위해서 식이장애와 이별하자.





몸이 엉망진창이 될 것을 알지만 폭토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고 이 몸으로 살 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알기만 알았지, 실제로 내 몸이 어느 정도로 망가지고 있는 지 몰랐다. 폭토에 익숙해지면서 살이 빠지진 않고 정상체중을 유지하거나 몸이 무겁고 나른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빈혈은 심해지고 생리 역시 극단적으로 불규칙한 등 이상현상이 일어났고 쉽게 경련이 일었다. 먹는 건 없고 운동은 죽어라 하는데 살은 빠지지 않고 온 몸이 붓고 ... 식도가 따갑고 소화는 죽어라 안돼서 뭘 먹으면 하루종일 속이 더부룩했다. 변비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한창 폭토할 땐 2주 내내 대변을 만나지 못한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입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자꾸 토하니까) 뭘 먹어도 이가 시리고 안 먹어도 시렸다. 그러다 치통이 두통이 되고 잠도 못잘만큼 괴로웠다. 치과에 갔을 땐 어떻게 여기가 썩냐며 의사 선생님이 역정을 내셨고 대부분의 치아가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길 들었다. 거기다 교정을 통해 애써 맞춰놓은 치아 배열이 다시 엉망이 되고 안면 비대칭이 심해졌다. 폭토를 하면서 나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사람이 되었다. 날씬하다고 해도 결국 죽은 것과 다름없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내 절실함이 얼마나 전해질 지 모르겠지만 (하나도 안 전해질 것 같다.)  멈추지 않는다면 이건 살이 아니라 삶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죽고 사는 문제로 변한다. 폭토와 살에 집착하며 뒷전으로 치워버렸던 우리 인생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당연한 일들이 불가능해진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던 일 등 송두리째 이름도 얼굴도 없는 또 다른 나에게 빼앗기고 만다.


이렇게 구구절절 말하고 있는 나도 완전한 극복엔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고 지나친 폭식을 하고 나면 구토의 유혹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마치 토하기 위해 먹던 예전과 달리 이 문제가 내 삶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를 통해 나를 관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단지 먹고 찌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 삶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지, 나 자신의 소중함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 지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마음근육을 만들고 있달까?


먹는다는 행위는 그 행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에너지, 맛있는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행복감 등과 같이 다방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인생이 그저 살을 빼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면 너무 슬프고 의미 없지 않나? 나는 더 많은 행복을 느끼고 싶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이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 그를 위해 잘 걷고 움직일 수 있는 체력과 몸을 위해서 잘 먹고 잘 소화시키는 식습관을 들이고 싶다. 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은 그저 부어있는 침샘만 신경쓰일지 모르지만 침샘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면 다른 부분에도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 삶이 어딘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가능성도 높기에 이를 신호로 여기고 전반적인 건강과 삶,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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