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이구나
의사선생님께서 희망적으로 봐라봤던 자연임신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 다음 선택지는 인공 수정과 시험관이었다. 간단히 설명해주시길 인공수정은 성공률이 15%라면 시험관은 30%정도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시험관은 주사를 맞아가면서 난포를 키우는 힘든 과정이기에 인공 수정 부터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부부의 난임 검사 결과 인공 수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인공 수정 시술 전 일주일 정도 약을 먹었고 잠시 호르몬의 노예가 되었던 점 빼고는 딱히 힘든 점은 없었다. 시술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시술 하는 날 담당 주치의의 휴가로 원장선생님께서 대신 시술해 주신 것 빼고는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남편의 결과가 딱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인공 수정을 하면 바로 임신을 할 수 있을 것만같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고 떨리는 심장을 부여 잡으며 새벽 댓바람 부터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상상 속에서 무수히 봤던 빨간 두줄.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순간. 온 몸에 땀이 나고 일 분 일초가 더디게 가는것 만 같았다. 임신테스기는 소변이 닿자 대조선에 선명한 빨간 한 줄이 생겼다. 이제 결과선만 나타나면 되는데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그 어떤 희미한 선 조차 생기지 않았다. 혹시나 새벽이라 어두워 그런가 싶어 형광등 아래 비춰보아도 급기야 테스트기를 분해해 시약선을 보아도 냉정한 한 줄 뿐이었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성공 아니면 실패인데, 테스트기가 넌 이번에 실패한 거라고 그 어떤 미련도 가지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는데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내가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퇴근하고 돌아 온 나는 버려진 임신테스트기를 다시 집어들고 혹시나 그 사이 선이 하나더 생겼을지 확인부터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끔 몇시간이 지나고 두 줄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건 공기중에 노출이 되어서 다른 변화를 일으킨 것이지 절대 임신 성공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는 것을.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던 첫 도전에 실패를 하자 자책의 화살은 나를 향해 그리고 남편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사실 꾸준히 운동을 해 왔던 터라 인공 수정 전에 의사 선생님께 시술 후 운동을 해도 상관 없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전혀 상관 없어요~ 우리의 자궁은 생각보다 튼튼하고 우리의 배아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그런 운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매일 운동을 했으면 그냥 쭉 해도 되~ 하지만 수정이 잘 될거라고 착상이 잘 되라고 안하던 운동을 하는 건 좋지 않지.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든. 그러니깐 힘들지 않은 선에서 운동하는 건 전혀 상관 없다는 말이에요~"
그 말을 철떡 같이 믿고 인공 수정 시술 당일에도 6km를 빠른 걸음으로 걸었고, 그 다음 날 부터는 홈트 영상을 보며 힙업 운동 뱃살 타파 운동 갖가지 유산소와 근력 운동이 병합된 땀이 쫙 나는 운동들을 했었다. 한 번에 인공수정을 성공했다면 시술 후 그 어떤 운동을 해도 괜찮더라라는 말을 믿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힘든 운동이 실패에 한 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과 자책감이 들었다.
아마 의사선생님 말씀이 맞을 것이다. 인공 수정 보다 힘겨운 시험관 시술 후에도 PT를 받으며 웨이트를 하고 임신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들이 난임카페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실패를 하고 난 뒤 그 과정 속에서 했던 우리의 행동들이 모두 잘못된 것 같았고 그래서 자꾸만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 우리의 모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몸을 사리지 못한 나의 행동이 후회스러웠고 나는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남편은 도대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첫 인공 수정 도전은 후회와 아쉬움, 상대방에 대한 갈등만 키운 채 종결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