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름 같은 봄

by 이도경

언제부턴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시점을 지난 후로 이 놈의 봄은 여름처럼 더워졌다. 벚꽃이나 개나리 등의 알록달록한 꽃들로 상큼한 봄기운을 맛보는 것은 아주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남은 4월 중순 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초까지 우리는 여름 같은 봄을 겪어야만 한다. 이 세상에는 참을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겨울에 먹는 혓바닥과 입천장이 홀랑 까질 정도로 뜨거운 어묵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렇게 따뜻한(아무리 그래도 봄이 뜨겁다고는 못하겠다.) 봄날에 지하철에 올라 백금빛으로 타오르는 햇살에 물렁물렁해진 허벅지를 다른사람의 것과 맞붙이는 일이 그것이다. 정말로, 이 두 살덩어리가 만들어낸 계곡에서 흘러넘치는 열기는 인간의 참을성을 시험해보기 충분한 양이다. 오늘만큼은 지하철이 힘을 내어 선로 위를 달려주었으면 좋겠다. 나의 인내심이 모두 활활 타올라서 재가 되기 전에.



역시 나는 가을이 제일 좋다. 가능하다면, 여름을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뜨리고 그 자리를 대신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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