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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지하성당에서

by 김상

https://youtu.be/2keQZj5oWy0

명동성당의 입구에는 아직도 교구준비로 출입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나는 성당의 왼쪽편 지하성당인 크립트로 발걸음을 향했다.

업무를 마치고 명동성당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러 온지 3일째 되는 날이였다.

크립트의 지하문을 열고 구석 뒷자리 의자로 가서 앉는다.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을 옆으로 치워두고 귀에 이어폰을 꼽는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귓가에는 장엄하고 성스러운 음악이 들리며 내 시선을 내 마음 안쪽으로 향하게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둥그렇게 감싸진 감정의 덩어리가 보인다.

나는 그 둥그런 덩어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답답해지며 그 곳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감정의 덩어리에는 얽히고 섥힌 껍데기들이 만져진다.

그것은 분노인가? 그것은 불안인가? 그것은 외로움인가? 그것은 슬픔인가? 그것은 절망인가? 그것은 자기연민인가?

설명 할 수 없는 감정들이 얽혀 감정의 껍데기를 이룬다.

다시 한번 감정의 덩어리안의 속살을 들여다보려 한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짓누르는 고통이 느껴진다.

그리고 수많은 잡념이 스쳐간다.

나는 내 마음에서 길을 잃었다. 그리고 잠시 기억을 잃어버렸다.

몇초인지 몇분인지 모르는 시간이 지나간 뒤에 의식이 돌아온다.

전보다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의 무게를 느끼며 눈을 떴다.

여전히 크립트는 고요했고 주위는 주황색 촛불의 빛으로 은은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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