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체크아웃 하는 룸리스트를 받고난뒤 청소용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작업복으로 환복하게 되면 나는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 자신과 소통할수 있는 그 어떤 세계로 말이다.
(업무 시스템상 다른 동료들과 협력해야 할때도 많지만 대부분은 혼자서 일을 처리한다.)
나는 화장실 청소도구가 들어있는 바구니와 물기를 닦을 걸레뭉치가 들어있는 쇼핑백, 그리고 새수건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복도에 쭉 정렬한뒤 청소할 방으로 이동한다.
변기에는 노랗게 늘어붙은 오줌찌꺼기와 배변찌그러기가 들러붙어있다. 화장실에 있는 휴지통에는 똥찌끄러기 휴지와 일회용 화장품 찌꺼기가 널부러져 있다. 청소용 바구니에서 일회용 비닐봉지를 꺼내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 담는다. 한단계씩 화장실에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가기 시작한다.
변기를 청소하기 위해 물로 어느 정도 희석된 락스를 뿌리고 한손에는 스펀지수세미를 든다. 도자기를 닦는다는 생각으로 겉면부터 부드럽고 빠르게 문지른다. 사람들이 볼수 없는 뒷면의 구석까지 비눗칠을 해주고 나면 변기커버로 시선을 돌린다.
변기커버의 안쪽에는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욕망의 찌꺼기들이 들러붙어 있다.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빠르게 닦아낸다.
청소라는 작업에 있어서 리듬이란 매우 중요하다. 중간에 무얼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두지말고 마치 물흐르듯이 공기속에서 부드럽게 헤엄치듯이 다음작업들을 처리해야한다. 그리고 이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변기청소의 핵심은 단연코 배설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안쪽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먼저 레버를 눌러 물을 내리고, 락스를 빠르게 뿌린다. 그리고 물이 차기전까지 빠르게 변기안쪽의 모든 부분을 구석구석 닦아나가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모서리 안쪽 부분까지, 빠르게 스펀지로 훑어야만 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라 할지라도, 이 부분을 닦아줌과 그렇지 않음은 후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넘어갈수 있다. 분명 작은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허락하질 않는다. 시간과 품이 좀 더 들더라도 나는 이 방식을 유지할 것이다.
변기 청소 후에는 세면대와 바닥타일을 닦고 샤워기를 이용해 더러운 것들을 말끔히 씻어내린다.
거품들 사이로 오염된 무언가가 하수구의 구멍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간다.
이 과정을 관찰하고 있으면 내 마음속에 있는 어떤 응얼이들도 덩달아 같이 빠져나가는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껏 물로 씻어내린 화장실을 보면 그 뿌듯함은 이루어 말할수 없다.
변기를 닦는다는 것, 그것은 오늘 닦아도 다음날이면 다시 더러워지는 것의 반복이다.
하지만 오늘도 변기와 함께 그 무언가를 닦아 나간다. 하루가 지나면 그 무언가로 더렵혀질 것이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닦아 나아간다. 그 무엇인가를.
다음 방으로 청소바구니를 들고 이동하는 도중 내 머릿속에는 맥도날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오늘은 업무를 마친뒤 명동 맥도날드에 가서 치즈버거를 먹어야지!
따끈한 감자튀김과 불량스러운 케챱이 들어있는 치즈버거가 갑자기 머리에 들어온다.
아아. 즐거운 인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