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친구들을 만나기 힘든 요즘인데 열 살 생일을 열흘 앞둔 막내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엄마 할 말이 있는데 용서해 줄 거야?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야?" 몇 번을 다짐받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내가 친구에게 나쁜 짓을 시켰어"
친구가 누구인지도 말하기 힘들어하고, 최근 일인지 어디서 그랬는지도 말하기 힘들어한다.
마음속에 커다란 돌 덩어리를 안고 있었다.
"아들아 엄마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큰 용기를 냈구나"
"엄마 내가 가해자가 된 거지?"
"응 그러니깐 엄마에게 용기 내어 말한 것처럼 내일 친구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어때?
"엄마 용기가 안나 부끄러워서 말 못 하겠어"
아들은 괴로워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등을 쓰다듬어주는 것
그리고 "아들아 사과하러 갈 때 엄마가 필요하면 말해 그리고 미리 할 말을 연습해 보자. 00야 미안해"
죄책감에 머리를 베개에 묻고 한참을 운다.
"그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엄마 이 생각이 싹 사라지면 좋겠어. 놀다가도 그 생각이 나면 우울해져.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는 생각 안 나다가 끝나면 다시 생각이 나"
그래도 도저히 사과할 용기가 나지 않는가 보다.
"엄마 용기 날 때까지 일 년이 걸려도 돼?"
"사과는 일찍 하는 게 좋아 너도 돌덩이를 마음에 들고 있는 것 같지, 그 친구도 그럴 거야 "
아들이 죄책감에 힘들어한다. 자기 인생에서 겪는 큰 위기인 것 같다. 견딜 수 없어하는 아들이 안쓰럽다.
맘 같아선 내일 아침에 손잡고 친구 집 앞까지 같이 가서 사과하고 오도록 해주고 싶었다.
악몽 꿀 것 같아서 잠 자기 힘들겠다던 아들이 겨우 잠이 들었다.
내가 날을 잡아주고 같이 가주고 한다면 일은 쉽게 해결되고 죄책감을 빨리 떨어낼 수 있겠으나
자기가 잘 못할 때마다 엄마를 의지하게 하는 것을 앞으로 큰 잘못을 풀 때도 누군가가 없으면 스스로 해결할 힘을 배울 수 없으니 내일 아침은 아들이 요청할 때까지는 먼저 나서지 않아야겠다.
사과할 날을 스스로 잡고
사과할 기회를 찾아서 용기 내어 사과하는 것을 배우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 시간을 기억해서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가르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악몽을 꾸더라도
몇 날 며칠 가슴에 돌덩이를 안고 다니고
당분간은 우울해져도 다시 스스로 일어설 날을 응원하면서 기다려본다.
아들아 오늘 이 힘든 일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쉽게 해결하면 배움도 적으니 이 험한 산을 스스로 넘을 때까지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