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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Jan 13. 2021

아동 확대 관련하여 경찰을 신고했다. 결과는.....


뻔했다

혐의 없음 종결처리     


2020년 9월 심각하게 염려되는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했다교사는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어린이집 종사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다매일 보는 학부모를 신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그래도 연일 보도되는 신고 누락으로 발생되는 어마어마한 위험 상황을 보면서 신고를 결심했다     


112에 처음 신고한 내용을 (1)

전화 온 담당경찰에 반복하고 (2)

파출소에서 출동한 경찰에게 반복하고 (3)

출동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담당자에게 반복하고 (4     

신고 경위, 교사의 진술, 아동의 진술, 주변 사람의 진술 등등 4번을 반복하면서 든 생각!

첫 신고내용을 녹음해서 출동하는 분들에게 공유하면 안 되는 걸까? 싶다. (이걸로 경찰을 신고한 것은 아니다.)   


출동 시 고려할 상황 

1) 일단 피해아동이 여아일 경우 아이 몸을 살펴야 하니 ‘여성 경찰’이 배정되어야 한다. 

2) 피해 아동이 정복 입은 경찰을 보면 관심이 너무 가거나 혹은 놀랄 수 있으니 아이들을 배려하는 방법으로 사복을 입어야 할 것 같다. 

3) 피해자가 가해자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신고된 것이라면 긴급 출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출동할 때 굳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 도난사고가 있었을 때 출동한 경찰은 수첩 하나 들고 조용히 방문했음.) 


출동 시 우리가 겪은 일       

1) 출동한 경찰은 오자마자 마당에서부터 마치 아동학대를 교사 중 누군가가 한 것 마냥 목소리를 높이며  ‘누굽니까?’ ‘애는 어딨어요?’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묻는다. - 이건 위에 언급했듯 누가 학대를 했는지 정보가 전혀 없이 급히 왔다는 뜻이다. - 여러 번 말하지만 긴급 사안이 아닌 경우는 이런 출동은 필요가 없다. 


2) 여섯 살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 경찰에게 자신의 부모가 어떻게 때렸는지 낱낱이 말해야 했다. 

3) 그리고 역시 그 아이는 같은 진술을 이후 출동한 아동보호 전문기관 두 분의 남성 담당자에게도  그래야 했다.     


부모의 학대 행동을 아이 입에서 직접 여러번 진술하게 하는 것은 또 한 번의 폭력이었다. 

아이가 현장에서 심하게 맞고 있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 가해자와 떨어져서 안전한 곳에 있는 아이에게는 굳이 정복입고 물을 필요가 없다. 최대한 아이가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놀이 치료 전문가들이 와서 놀이처럼 풀어내게 하는 방법은 어떤가 싶다그러나 언론에 나올 정도로 이슈가 된 상황이 아닌 이상 아이들에게 그런 배려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아이는 지금도 경찰이 와서 부모가 때린 것을 물은 이야기를 한다. 


112에 신고 직 후 바로 부모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원장님 아동학대 신고하셨어요?’ 

신고 의무자인 나는 당황스러웠다. 신고 직후에 바로 가해자인 부모에게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아니라고 거짓말하지 못하고 ‘네....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내 잘못이라고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내 목소리는 떨리고 부모는 화를 내는 이 상항에 절대로 아닌 척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도대체 신고 직후 바로 부모님은 내가 신고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여기서 경찰의 대처가 의심이 된다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보호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다 (신고 의무자 보호 규정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정황상 그렇게 보이게 해도 위반이다. )

   

그 후로 나는 부모님께 원망하는 말과 퇴소 요청을 받았고 아이가 갈 다른 곳을 열심히 알아봐 드려야 했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아이가 다른 곳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아침마다 만나야 하는 부모님인데...     


아이의 진술을 들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는 바로 당일 격리’ 조치를 내려야겠다고 한다다시 멈칫해진다


격리 조치가 되면 아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느닷없이 경찰복 입은 사람이 오더니 부모님이 널 어떻게 때렸는지 묻더니 부모님도 선생님도 없는 낯선 곳으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정말 최선인 것일까?


혼란스럽다아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최선인 것 일까?  아니면 당장 오늘 저녁에 다시 학대가 일어날 수 있으니 격리하는 게 맞는 것일까     


신고의무자로 보호받지 못해서 시달리며 사건을 처리하는 혼란한 상황은 며칠 계속되었다. 


며칠 지난 후 부모님은 더 황당한 말씀을 하셨다.  "경찰이 그러던데 이런 일로 보통 신고 안 한다는데 왜 신고하셨어요?"라고!


귀를 의심했다. "정말 경찰이 그런 말을 하더냐"라고 다시 물었다. 부모님의 대답은 확고했다. "신고한 당일 남자 경찰도 그랬고, 오늘 부모 상담과정 중에 여자 경찰도 같은 말을 했다"라고!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 아이를 위한 배려도 없었고신고의무자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그리고 신고 자체를 비난까지 말을 경찰이 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다. 


이상 이 모든 과정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섰다     

그 길로 경찰서 감사실로 향했다     

112 신고 후 경찰이 가해 부모와 통화한 기록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고의무자 보호 규정 위함 증거그리고 경찰과 부모의 통화내역 확인도 요청했다. (신고 안 해도 되는 것을 신고한 증거마지막으로 피해자 아이 수사 시 아이에 대한 배려에 대해 경찰의 대처방안 수정 요구를 요청했다     




그리고 오늘 답변을 받았다. 모든 증거는 없으니 혐의가 없다고

112 신고한 내 기록만 있고 이후 다른 기록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경찰이 했다는 말에 대해 부모님과 통화는 했느냐 물으니 부모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기는 하는데 경찰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부모님 마음 '위로'차원에서 공감한 말이었다고 한다. (정인이 엄마도 위로해주시는 경찰! 요즘 경찰 정말 친절하네 언제부터 가해자에게 친절하게 위로까지 건네셨는지 모르겠다. ) 


흠...  쓴웃음이 난다. 내가 경찰의 잘못을 경찰에게 수사해 달라고 한 내가 바보다. 


결과는 문서 필요하신 가요? 하길래 


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으니 우편으로 발송해주세요. 


 

언젠가는 이 법도 보완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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