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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Mar 10. 2021

희수자연학교교육철학 4
'풍요롭게'

장애 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왜 장애 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세요? 혹시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분이 계신가요?”이다. 내 답은 “아닙니다”이다. 


입학 상담 때 이런 전화를 받았다. 비장애 아동 부모님이신데 “애들 서너 명 몰아올 테니 우리 아이 입학금을 깎아주겠냐”라고 흥정하셨다. 아이들을 돈으로 보는 원장은 벌레 보듯 싫어하시면서 정작 자녀를 보낼 곳의 원장에게는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 때로는 특별히 사건(?)이 없었음에도 자녀가 장애아동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장애 아동을 내보내라고 한다. 그리고 다툼이 일어나서 상처가 생겼을 때 상대 아동이 장애 아동이면 좀 더 과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누구도 장애를 가질 수 있으며 장애를 가진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나는 장애를 삶의 여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특별하게 호들갑 떨면서 대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피할 것도 아닌 듯이 말이다. 다만 교육기관은 특별하고 다양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에게 교육적 필요를 최선을 다해 채워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것은 호들갑이 아니다. 최근에는 비장애아동으로 입학해도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가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은 각자 그런 특별한 요구와 필요가 있다. 그것이 좀 더 많으냐 적으냐의 차이다. 


나는 장애를 바라볼 때 중앙선을 넘은 듯 화들짝 놀라며 큰 일 난 것처럼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은 입학 상담 때 주눅이 들어있다. 모든 교육기관이 다양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다각도로 세우고 있다면 우리 아이가 장애이건 비장애이건 주눅 들일도 딱히 당당할 일도 없을 것 같다. 너무 이상적인 것 같지만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기에 그런 꿈을 가져본다.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함께 사는 세상은 다양한 아이들을 다 품을 수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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