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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Jan 04. 2022

자칭 '놋수저'?

피라미드 계층으로 평가받기를 거부하는  

계층의 피라미드에 끝이 있을까? 

그 끝에 올라간 사람의 마음은 행복할까?

그리고 행복하다면 그 행복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연말까지 두통지끈거려가며 모니터앞에 있다가 가까스로 업무를 마무리하고 겨울 휴가로 강원도 스키장에 갔다. 반백살가까운 나이지만 몇년전 스키 L1 지도자 자격을 딴 나름 스키메니아다. 형제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산 회원권이 있는 리조트에 미리 예약해두었더니 스키장 최고성수기에도 좋은 방에 묵을 수 있었다. 슬로프가 한눈에 보이는 방에 호텔 뷔페도 회원할인을 받고 회원에게 주는 무료시즌권으로 내가 원하면 언제든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제주리조트로 성수기에도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나름 여기서는 피라미드 상층부에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곤돌라를 타려고 줄을 섰다. 코로나로 인해 곤돌라 탑승도 일행끼리만 탑승시키다보니 대기줄은 길어지고 대기 시간도 길다. 날은 춥고 시키부츠는 꽉 끼고 플레이트를 들고 서 있기도 지치니 따뜻한 호텔방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따뜻한 방과 라이딩의 기쁨 사이에서 게이지가 좌우로 왔다갔다하고 있는 사이 드디서 내 차례가 왔고 아들과 곤돌라를 탑승하려는데 직원이 멈춰세운다. ‘잠시만요. VIP 먼저 탑승하겠습니다.’라고 한다. 순간 내 선택의 게이지는 호텔방으로 확 넘어갔다. 백만원가량 하는 프리패스인데 시즌에 두어번 오면서 굳이 필요없다 생각했는데 추운데서 떤 것을 생각하니 지금의 회원권으로 만족이 안되면서 심리적으로 피라미드 하층부로 곤두박칠치고 말았다.       


명품가방따위에는 관심이 하나도 안가기에 나는 피라미드를 상층부를 갈망하는 류의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금수저, 은수저로 구분하는 세상에서 독의 여부를 판단하는 파라미드 밖 세상에 사는 놋수저를 자처하며 살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금수저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나를 향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는데 나의 민낮을 마주하면서 당황스럽다.   


내가 구독하는 신문 1월 1일 기사를 읽다가 그 속에 있는 나를 보았다.       

 

‘생활수준을 높이지 마라. 내리가 어려운법, 그러면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된다. 가난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방법!’     


이렇게 오늘도 나를 돌아본다. 계층의 피라미드를 비난하고 거부하면서도 다시 계층을 갈구하는 나를 말이다. 매일 나를 돌아보면서 나를 다잡으며 살아야하는 나약한 나를 인정하고 다시 주님앞에 무릎을 꿇는다


*한겨레토요판 살롱드 여울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김누리교수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5594.html#csidx949385f9bfe7de49bc385ee4edf2d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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