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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Aug 18. 2022

장애와 비장애 통합 1

우영우와 이준호, 배**과 문**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드라마보다 책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30면 가까운 신문으로 알 수 있으니 정보가 크게 뒤처지지도 않는다. 집에 티브이가 없어도  최근 드라마 중 놓치지 않고 보는 것이 있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는 자폐인 변호사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장애 비장애 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나에게는 특별한 드라마다. 유아들은 장애 비장애를 크게 구별하지 않는다. 이제는 성인이 된 배민지(가명) 여자 친구는 장애를 가진 문유민(가명) 남자 친구와 일곱 살에 한 반이었는데 결혼하겠다고 했었다. 


우영우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손가락으로 세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이준호처럼 배민지친구도 문유민친구가 ‘공’이 발음되지 않아서 ‘고’라고 하다가 어느 날 ‘공’이라고 말을 하는 순간 교사들도 그리고 배민지도 너무 너무 기뻐했다.      


장애, 비장애가 통합된 환경은 드라마만큼 따뜻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20년 동안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일곱 살에 기저귀를 차고 언어가 전혀 안 되는 아이 부모는 '장애전문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더 잘해줄 텐데도 평생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기는 더 없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입학을 요청하셨다. 여러 곳에서 거절당하시고 이곳마저 안 받아주면 이 사회에 우리 아이와 더 이상 아이와 설 곳은 없다고 절박하게 온 부모님도, 근육병으로 걷기 힘든데 산책 매일 나가는 곳에 보내겠다는 부모님도 거절할 수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때마다 구청에 보조교사를 요청도 하면서 통합을 해내려 힘썼다. 


지금껏 장애아동편에 서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또 그러는 게 마땅하다. 세상은 장애에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 시소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에 나는 그 반대편에 서 있어야 시소는 수평을 유지하게 되니까 말이다.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에게 큰 상처를 내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날 흉터에 대해 평생 사비로라도 치료해주겠다고 각서를 써드리겠다 약속한 일도 있었다. 그 일을 친구에게 상처 입힌 장애아동 부모가 알게 되면  마음에 상처가 될까 봐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제 중학생이 된 양쪽 부모님들과 지금도 잘 만나고 있다.     


장애 비장애가 함께 산다는 것은 엄청난 '노오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지만, 그런다고 나는 쉽게 통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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