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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Nov 22. 2022

떠밀려 온 아이들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희수자연학교!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이 많은데 그중 한가지가 졸업생들이 오는경우다. 


일요일 오후 23세 졸업생 강민(가명)이 운전연습을 다하가 볼일이 급했는지 희수에 왔다.  “강민 자주 놀러 와라 이렇게라도 와주니 니 얼굴도 보고 너무 좋네”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멋진 외모의 강민은 무척 쑥스러워 한다. 그 모습조차도 사랑스럽다.


다음날인 월요일 저녁 23세 졸업생 서림(가명)이 연락이 왔다. 내일 직장 쉬는 날인데 놀러 가도 되냐고.
  


그리고 드디어 오늘 서림이가 비타** 한통 들고  왔다. 같이 급식으로 나온 점심을 먹고 추억을 나눈다.  


20년전 서림이는 지적장애 3급으로 희수에 왔다.  1시간 반을 염포동에서 버스를 타고 매일매일 그렇게 희수에 다녔다.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갈 때 역시 특수교육 대상자로 입학했다. 나는 친구들이 서림이를 이해하고 더 잘 놀도록 서림이네 초등학교 1-3반에 가서 서림의 장점을 알려주는 장애인식 개선 수업도 하고 왔다. 당시 서림이는  ADHD 약을 3학년까지 복용했는데 잘 자라주어서 이내 약을 중단할 수 있었고 4학년부터 특수교육 대상자를 지원을 중단하고 일반학급에서 쭉 성장했다.      


밥을 다 먹고 난 서림이가 말한다.  “선생님 엄마가 말씀해주셨어요. 내가 왜 이렇게 유치원을 멀리까지 다녔냐면 다른 곳에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했어요.  저를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나를 편견 없이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다커서 지난 날을 회상하고 감사해하는 서림이의 고백에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받았을 거절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서림이는 직장이 주말에 바빠서 평일에 쉰다. 겨우 하루 쉬는 날에 부족한 잠으로 채우지 않고 어릴 적 추억을 찾아온 것이다. 매일 아침 저녁 한시간 반을 서림이를 데리고 다니시던 서림이 어머님은 몇년전 많이 편찮으시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다. 


서림 : “샘 친구들이 나한테 쉴 때 뭐하냐고 물어서 나는 유치원 때 원장님 찾아간다고 말했어요. 나한테는 엄마 같은 원장님이라고요.”      

나는 크게 한 일도 없는데 아이들은 이곳에서 힘을 얻는가 보다.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장애를 가지거나 발달이 느리거나 도전적 행동으로 다루기 힘든 아이들은 ‘희수’로 떠밀어 보내진다.  거기 가면 잘해줄거다 라면서..  가끔은 나도 통합을 하면서 버거울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전공을 버리고 싶은 순간까지 가기도 한다. ‘어쩌면 내 길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역량이 없나 보다’ 하면서 말이다.      


오늘 지적장애 3급으로 입학했다가 복지카드를 없애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 ‘감사’하러 온 서림을 보면서 나를 다시 다잡아 본다.      


다큰 서림이와 나 (날씬한게 나다)

"서림아,  너 남자 친구 생기면 샘한테 꼭 보여줘야 한다."  

천국에 계신 서림이 엄마 대신 내가 서림이를 챙겨보는 오지랖을 발휘해 본다.


https://youtu.be/t_HakWvDu_0?list=RDt_HakWvDu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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