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빵집

환불받지 못한 내 마음

by 진희도

“어떤 빵 먹을까?”

막내와 점심으로 빵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맛있게 먹고 행복해질 빵빵한 상상을 하며 ‘문 열림’을 눌렀다. 들어서는 순간 빵 냄새가 코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고, 눈은 이미 시식을 하고 있었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빵만 골라 먹겠다는 각오로 샌드위치와 달달한 초코빵, 치즈가 들어간 빵을 쟁반에 담아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직원의 얼굴이 어딘가 서늘했다.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많이 볼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는 계산과 동시에 포장을 하려 했다.

“먹고 갈 건데요.”

그 말을 듣자 인상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테이블에 앉았다. 빵 맛도, 입맛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우리가 뭐 잘못했나?”

내가 묻자 막내는 “무슨 기분 나쁜 일 있나 봐”라고 했다. 우리의 기분은 빵 맛을 이기고 말았다. 공짜로 얻어먹는 것도 아닌데, 내 돈 주고 먹으면서 직원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어이없고 화가 났다.


막내가 후기를 보여줬다.

“엄마, 여기 평 보니까 우리한테만 그런 건 아닌가 봐. 빵은 맛있는데 직원 때문에 다시는 안 온다는 말도 있어.”

오늘만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 365일 내내 안 좋은 직원이었다.

“주인은 이런 댓글도 안 보나?”

내가 억울해하자 막내는 태연하게 말했다.

“친척이겠지.”


며칠 뒤, 우리는 또 그 집 빵이 생각났다. 가는 길 내내 고민이 됐다. 또 그 직원이 인상 쓰고 있으면 어쩌나. 이번에는 나도 한마디 하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내가 더 답답해졌다. 빵을 먹으러 가는 일이 왜 긴장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된 걸까.


우리는 원수에게 복수하러 가는 사람처럼 온몸에 힘을 주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엥. 안 보인다. 그 직원이.

온몸에 주었던 힘이 쑥 빠져나갔다.


그날 오전 10시, 문자 한 통이 왔다.

독서지도사 필기와 실기 최종 합격.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위로 같았다. 나는 자축하는 의미로 나에게 점심을 선물하기로 했다.


또 빵이 먹고 싶었다. 계란과 토마토,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가성비 좋고 맛도 좋은, 바로 그 빵집.

나는 다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가게 문 앞에서 무표정을 유지한 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때 들린 소리.

“어서 오세요.”

생전 없던 인사에 내가 다음 행동을 까먹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인이 옆에 있었다. ‘아, 그럼 그렇지. 주인 있을 땐 친절해지는구나.’ 그런데 주인은 곧 차를 타고 떠났다.


그런데도 그 직원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라?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제 와서? 나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는데,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미소 짓는 얼굴이 훨씬 예뻤다.

‘그렇게 웃을 수 있으면서, 왜 그랬을까.’

주인이 댓글을 보고 주의를 준 걸까. 누군가가 나보다 더 용기 있게 말했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태도는 바뀌어 있었다.


바뀐 태도는 반가웠지만,

이미 다친 마음은 계산대 어디에서도 환불되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처음 매운맛을 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