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생각이 아니었다.

이야기 꾼과 거리두기

by 진희도

좌뇌는 내게 성실한 이야기꾼이었다.
하지만 그는 비관적인 소설가이기도 했다.


“넌 실패자야.”
“미래는 어두울 거야.”


그가 들려주는 잔혹한 서사에 속아

나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며 살았다.


그 목소리가 곧
‘나’인 줄 알았으니까.


좌뇌가 쏟아내는 감정과 생각은
고요한 바다 위를 오가는
수많은 배들과 같다.


어떤 배는
과거의 실패를 가득 싣고 오고,

어떤 배는
아직 오지 않은 불안을 실어 나른다.


크고 요란한 배도 있고
금방 사라질 작은 배도 있다.


그러나

아무 말 없이
저 드나드는 배들을 바라보는
이 고요함이 진짜 ‘나’다.


그렇다면
나를 속여온 좌뇌를 미워해야 할까.

아니다.


좌뇌는 죄가 없다.


그는 그저
생존을 위해 위험을 과장하고
과거를 복기하며
나를 보호하려 했을 뿐이다.


마치 비서가
“회사가 망할 것 같습니다!”
라고 소리칠 때

주인이 함께 요동하면

파국이지만,


주인이
“음, 비서가 걱정이 많군.
의견은 고맙네.”

라고 받아들이면

평온이 유지되는 것처럼.


이제 나는
내 좌뇌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는 잘 들었어.
분석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내가 네 배에 올라탈 필요는 없지.


너는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교한 조력자일 뿐,

내 인생의

주인은 아니란다.”


- 도서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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