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에서 우정을 보았다.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고 나선 길이었다.
집 앞 큰길 사거리,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잠시 멈춰 섰을 때였다.
바로 앞 횡단보도 왼편에 서 있는
두 여성이 문득 시야에 들어왔다.
예순 후반쯤 되었을까.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두 사람은 유난히 다정했고,
또 애틋해 보였다.
한 분이 쉬지 않고 무언가를 이야기하면,
다른 분은 상대의 옷매무새를 다정히 고쳐주거나
어깨에 내려앉은 먼지를 조심스레 떼어내주었다.
순간 ‘모녀인가?’ 싶었지만,
비슷해 보이는 연배를 확인하고는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는 핸들을 잡은 채 묘한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저토록 서로를 극진히 아끼는
두 사람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초록불이 들어왔다.
그런데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불이 바뀌었는데.’
어느새 나는 그들과 함께 머뭇거리고 있었다.
쉽게 보내지도, 쉽게 떠나지도 못한 채
결국 한 분이 조심스레 발을 뗐다.
길을 건너며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고,
남은 이는 다정한 손짓으로 등을 밀어주었다.
마침내 길을 건넌 뒤에도
두 사람은 팔을 들어 오래도록 서로를 흔들었다.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에게도 저 나이가 되었을 때,
저런 친구가 곁에 있을까.
함께 지내 온 시간 속에 분명 서운함도,
갈등도 있었을 텐데,
그들은 어떻게 저토록 극진한 마음을 유지해 왔을까.
흔히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그렇다면 그날, 나는 속수무책으로 ‘완패’였다.
그토록 아름다운 패배라면 몇 번이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윽고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다.
나는 차를 몰아 사거리를 벗어났지만,
내 마음은 한참 동안
그 신호등 앞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