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땅에서 배운 마음

세라 온 주잇,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읽고

by 윤융
한 마을과 그 주변을 진심으로 알아가는 것은 꼭 한 사람과 관계를 다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 더닛 랜딩이라는 마을은 공간적 배경을 뛰어 넘어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생동하는 자연, 그 위에 켜켜이 쌓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숨죽여 듣고 있자면 나 또한 그들의 일부가 될 수 있을것만 같다.

사람 사는 평범한 이야기가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다른 환경과 세대를 살아가는 더닛 랜딩 사람들과 나를 연결하는 어떤 매듭을 발견했다면, 그건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삶을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더닛 랜딩 사람들에게 이들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 그리고 이 순간들로부터 오는 모든 감정들에 좋고 나쁨은 없다.

감정을 온전히 음미하는 능력은 용기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축복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충분한 용기를 전제로 하는 일이다. 마음 속의 외딴 풍경을, “자기만의 샘”을 고집할 능력이 있는 사람, 고립됨을 직면할 수 있는 자가 온전히 외로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고요하고 고립된 공허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베푸는 자애가 비롯된다는 걸 더닛 랜딩은 말해주고 있다.

이제 여름의 초입에 우리가 함께 서있다. 푸른 계절의 작열하는 햇빛 아래서, 우리는 충분히 외로울 수 있어야 하고, 그덕에 더욱 단단하게 피어난 자애와 다정함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샘”을 가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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