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 피아노퀸텟 2번 1악장, Decca와 Domus 버전에 대한 감상
프랑스의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가브리엘 포레(1845~1924)는 말년에 청력을 거의 상실하였으며, 1919년에서 1921년 사이에 작곡된 그의 두 번째 피아노 퀸텟은 청력을 거의 잃은 그가 평생의 음악적 내공을 총망라하여 작곡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곡을 들으면, 그 아름다움은 경이로움에 가깝게 다가온다.
내가 이 곡을 사랑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처연한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 생애에 걸쳐 음악적 내공을 쌓아온 작곡가들의 말년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생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비극, 그리고 처연한 감정들이 녹아 있는데, 포레의 이 퀸텟 또한 그러하다.
이 곡의 경우 훌륭한 레코딩 버전이 많지만, 각각의 다른 해석을 명료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하는 두 버전인 DECCA와 DOMUS의 음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1.
https://www.youtube.com/watch?v=4UOivKDBvG0&list=PLTiBfX8TOWDvtnhihmYa7rJiQimu6G83-&index=12
DECCA의 해석은 포레의 특징적인 후기 낭만주의 화성을 가장 적확하게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포레의 말년의 작품의 경우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과감한 불협화를 사용하는데, 후경에 깔리는 불협 부분에서 다른 레코딩에 비해 템포나 악상을 더욱 극대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포레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화성의 사용인데, 이 버전에서의 화성적 뉘앙스의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든다. 템포 루바토의 경우에도 다른 음원보다 더 과감한 표현이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2.
https://www.youtube.com/watch?v=Xyr6S5y2yvI
반면 Domus의 경우, 더욱 구조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각 성부의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게 강조된다. 레가토와 논레가토의 대비가 명확하고, 특히나 이 부분 때문에 ‘고전적’인 해석으로 느껴진다. 음악의 흐름에 있어 머무름보다는 끝을 향한 과감하고 추진력 있는 진행이 돋보인다. 특히 이 점은 곡의 후반부에서 강조되어, 곡의 첫 화성인 cm에서부터 CM의 종지로 다다르기까지의 여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몇 년 전 피아노 연주자로서 이 곡을 직접 연주해 본 경험이 있어 더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좋은 곡을 연습하고 연주하는 것은 때로 곡을 쓰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 곡 역시 연습으로서 오는 행복감을 최대치로 느끼게 해준 곡이다.
악보를 읽는 과정에서 느린 템포로 연습하였을 때, 나는 협화와 불협화, 모든 울림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곡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어떤 순간을 발견했을 때에는, 악보 속의 음표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주시하며 이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탐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고민 후 작곡가가 원한 울림이 이런 것이었을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내며 무한한 경외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에는 특히나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며 조심스러워진다. 포레의 이 퀸텟은 들을 때마다 내가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굳건히 다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