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규율과 즉흥성
체코 여행 중 U Malého Glena라는 재즈바를 찾았다. 매일 다른 재즈 공연을 선보이는 곳인데, 내가 방문한 날은 Jam Day, 여러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즉흥연주를 선보이는 날이었다. 유럽 여행을 하며 안전상의 이유로 늦은 시간까지는 외출한 적은 없었는데, 이날은 잼을 감상하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생각들로 거의 자정이 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다음은 구글에 잼의 정의를 검색했을 때 상단에 뜨는 문장이다.
재즈 잼(Jam)이란 재즈 뮤지션들이 특정 곡의 기본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를 바탕으로, 연습된 악보나 정해진 규칙 없이 서로의 연주를 주고받으며 즉흥적으로 합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소한의 규율 속에서 최대한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잼이라는 문화는 매우 흥미롭다. 무조건적 자율성의 보장은 무질서로 흐를 수 있기에,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연주자들은 연주 시작 전 곡과 조성을 합의한다. 곡의 형식, 코드, 조성 등 연주자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언어는 최소한의 규율이 되어 연주자들에게 운명론적 질서처럼 주어진다. 그리고 그 위에서 이들의 자유의지 실험이 시작된다. 여기서 그 이상의 불필요한 규율이 개입한다면 잼의 즉흥성은 빛을 잃을 것이다. 연주자들 각각의 무한한 상상력에 의거한 음악적 변수(음정, 리듬, 다이나믹 등)의 선택은 매순간 새로운 수직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음악적 순간들은 수평적 흐름으로 이어져 우리에게 합리적인, 혹은 정서적인 음악으로 다가온다.
재즈 연주자로서 무대에 서본 경험은 없으나, 잠시 무대 위 연주자가 된다고 상상해본다. 이 음악의 무게중심을 나는 ‘규율’과 ‘자율성’ 중 어느 쪽에 두어야 할까. 사실 둘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으므로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두 요소가 교차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결국 잼에서의 음악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연주자는 이 흥미로운 실험의 능동적 참여자가 되고, 청자는 운명과 자유의지의 충돌이자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청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되풀이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에서 잼은 이러한 다층적 경험들의 총합이자, 음악의 무한한 창발성을 증명하는 현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