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믿는 건 오롯이 나의 영역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각 온라인 채널마다 입시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계속되는 수시전형의 단계별 발표에 많은 아이들이 마음 졸이며 합격발표를 기다릴 것이고 엇갈리는 희비를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막바지 힘을 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내년을 기다리며 재도전하고자 마음먹는 일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곳곳에서 만감이 교차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쏟아지고 있는 시기가 요즘인 것 같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이라는 일률적인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성년이 되기 전에 입시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얼마나 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일지 누구나 공감하기에 대입 수험생을 보면 누구라도 짠한 마음과 응원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입시 채널을 둘러보며 간간히 소개되는 대입 성공신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저절로 눈길에 가게 되었다.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서 극적인 성적향상을 이루고 대입에 성공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도 그랬으면 좋겠다'의 바람에서 어느새 '우리 아이도 아직 늦지 않았고 지금 마음먹으면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가져올 있다.'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아이에 대한 나의 불안감도 조금 해소되는 것 같았다.
더 나아가 이런 내 희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어 져서 주변 아이 또래의 엄마들과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나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풀어놓고 그들의 답을 기다리곤 했다. '본래 똘똘한 아이니까 마음 잡으면 금방 따라갈 거예요.' '남자아이들은 원래 뒷심이 있어서 언제라도 마음먹으면 미친 듯이 합니다.'라는 그들이 들었던 건너 건너의 성공 신화의. 사례를 모아 아주 보편적인 상황을 만들고 그것에 근거해서 우리 아이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고 싶어 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수개월 아무런 변화가 없이 여전히 무기력해 보이고, 방에서 나오지 않고, 말을 걸 수 없게 거친 아이를 대할 때면 그런 기대가 한 번에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나의 우울감과 불안감은 더 가중되었다. 심리적인 불안은 불면증으로 이어졌고 자다가 아이 이름을 부르며 깨는 일도 잦게 되었다. 그럴 때면 내가 아이에 대한 생각을 잊고 나를 위해 보내기로 한 시간도 잘못된 건 아닌가 생각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것에 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이 되돌이표. 되었다.
아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해 주기만 하면 나도 나름의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아이가 나에게 조금만 믿음을 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믿음의 기준이 사람들마다 다를지라도 먼저 아이가 믿음을 주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아이의 행동에 따라 그 이후 나의 행복과 마음가짐이 결정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나의 기분과 감정을, 그리고 나의 행복을 절대 아이의 상황과 떨어져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대입 성공신화가 보편적인 일이 아니라 '신화'일 수 있듯, 주변의 사례에 우리 아이를 대입하여 생각하는 것이 부질없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말은 위로의 립서비스이라는 것을 직시해야만 했다.
현실을 직시하면 나는 그냥 내 아이를 믿지 못하는 엄마이고, 내 행복의 원인을 아이에게 찾는 사람이며, 희망 고문을 자처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를 믿는 건, 그리고 내 불안을 컨트롤하는 건 오롯이 내 영역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주위의 말보다는 내가 아이를 믿을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게 훨씬 더 근거 있는 일이다. 내가 엄마로서 그동안 보아온 우리 아이의 장점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으로 그 근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 아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면 덜 막연할 것 같다.
내 생각이 확고하면 아이에 대한 믿음도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무의식적인 나의 행동과 말로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믿음'이라는 말로 종교에 의지하는 것과 내 마음을 컨트롤하며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는 게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주님이 내 기도에 답해 주시며 방법을 알려 주시려는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