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ice Dec 03. 2023

아이의 장점 찾기

잊어버렸을 모습을 찾아주고 싶다

얼마 전 어느 여고의 고3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앞둔 자신의 친구들을 인터뷰 한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오직 수능시험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고3들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는 질문으로 잊고 있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알기에 시작부터가 코 끝이 찡하고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모두가 일률적으로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 누구'라고 자신을 소개를 했다. 자신을 소개할 말이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너는 어떤 아이야?'라는 질문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공부한다고도 했고, 주변의 인식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딱히 말할 게 없는 듯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망설였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에게 그들의 부모님의 영상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너는 그림을 참 잘 그렸고, 영특하고 손재주가 많았어.", "너는 호기심이 참 많았고 궁금하면 적극적이었어.", "너에게는 무엇이든 해 낼 저력이 있어~".

아이들은 모두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의 먹먹함은 어느새 눈물로 변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 아이들에게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듣는 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고 복받치는 서러움이었을 것이다. 자신감 넘치고, 용기 있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위축되고, 눈치 보는 모습이 되었고, 그러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사라져 버리고 당당했던 본래의 모습을 잊은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한없이 안타까웠다.


그들이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그들이 제일 듣고 싶은 말이었고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마땅히 해 주어야 하는 말이었다. 

짧은 그 한마디.  "수고했어~" 

그렇게 한국에서의 열아홉은 위로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의 아이도 잊고 있을 건강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아이야, 너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보고자 하는 강인함이 있었어.

맡은 일에는 책임감이 있었고, 어려움을 참을 수 있는 인내심도 있는 아이였어.

목표가 생기면 돌진하는 과감함도 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어.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 보려는 독립심도 있었고, 효율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혜도 있었단다.

나보다 약한 친구를 보듬을 수 있는 너그러움도 있었고, 재치 있는 말로 사람들을 재밌게 하는 여유도 있었어.


그리고 너는 너 자체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 너의 모습이 어떠해도 엄마는 너를 사랑해.




모두가 과거의 말들이 되어 버려 아쉽지만 나는 아이가 지금 잠시 잊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는 아이의 모습은 분명 아이 안에 잠재되어 있고 언젠가는 그 멋진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거라 믿는다. 그 시간이 너무 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팔랑귀 닫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